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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룡문] 입(口)

이창식 주필

국회가 연일 시끄럽다. 국감 때문이다. 세종시 문제도 한몫하고 있다. 예나 지금이나 국감이 왁자지껄한 것은 이른바 선량답지 않은 험구(險口) 탓이 크다.

입은 생명을 부지하는 음식을 먹고, 마음 속에 있는 생각을 남에게 전달하는 말을 하기 위해 있다. 그런데 정치인은 입을 직업의 무기로 쓴다. 말이란 입에서 나오면 허공에서 사라지는 것이 본질이지만 말뜻에 따라서는 약도 되고 흉기도 되며, 경우에 따라서는 살인에 버금가는 치명적 타격을 줄 수도 있으나 인생을 바꿔놓는 교훈으로 남기도 한다. 신라의 수로부인이 동해 용에게 납치되었을 때 한 노인이 나타나 “많은 사람의 입은 무쇠도 녹인다”고 하면서 모여 있는 사람들로 하여금 ‘해가사(海歌詞)’를 부르게 했다. 이 노래 탓에 수로부인은 살아났다. 입은 무쇠도 녹이듯이 천지와 신령도 움직일 수 있는 힘을 지니고 있다는 뜻이다. 입은 인품 평가의 잣대가 된다. 옛날 명문가에서 며느리를 고를 때 백팔여상(百八女相)이라 하여 얼굴을 108가지로 나누어 관찰하였는데 가장 비중 높게 관찰한 것이 입이었다. 남도잡가에 “아저씨 코가 커서 아주머니가 좋고, 아주머니 입이 커서 아저씨가 좋겠네.” 라는 노래가 있는데 이는 남근과 여근을 비유한 성기유감(性器類感)을 말한다. 그래서 유교 문화에서는 여자의 입이 크면 수치로 여겼다. 시집가는 날 대추 씨앗을 물려 입을 벌리지 못하게 한 것도 이 때문이었다. 조선 시대 때 승지를 뽑을 때 입의 경중을 먼저 따졌는데 이는 조정의 비밀을 지키기 위해서였다. 채근담에 이런 말이 있다. “입은 마음의 문이니, 엄밀하게 입을 지키지 못하면 마음의 참기틀을 다 누설할 것이요, 뜻은 마음의 밭이니 엄격하게 뜻을 막지 못하면 마음이 옳지 못한 길로 달리리라” 입과 마음은 둘이 아니라 하나임을 강조하고 있다.

불교에서는 입으로 짓는 업을 구업(口業)이라 하고, 단정하고 묵직하여 망령되게 허튼말을 하지 않음을 구덕(口德)이라 하며, 남을 자주 비방하고 말이 많음을 구적(口賊)이라 했다. 우리나라 국회의원들은 어느 쪽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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