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시험을 앞둔 고3 학생들은 요즘 하루 지내기가 고뇌와 초조의 연속일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12년 동안의 학고(學苦)가 맑음과 흐림 가운데 어느 한쪽으로 판가름 나기 때문이다. 대입의 문이 좁아지면서 생겨난 것이 ‘족집게 과외’다. 모든 학부모와 학생들이 한 번쯤은 가까이하고 싶은 구원자지만 비용 때문에 엄두를 못내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실망할 것은 아니다. 시험이란 실력으로 치러 평가 받는 것이 떳떳하기 때문이다. 족집게란 눈썹 따위의 잔털이나 손 끝에 박힌 잔가시 따위를 힘 안들이고 뽑아내는 기구다. 그런데 점쟁이가 신통하게 점괘를 맞힌다해서 족집게라는 동의어가 생겨났다.
조선 말기에 명성황후가 장호원으로 피난 갔을 때 이 아무개라는 무당이 환궁 날짜를 예언했다. 예언대로 8월 망일(望日)에 환궁하게 되자, 명성황후는 이 족집게 무당을 진령군(眞靈君)으로 봉하고 북묘(北廟)를 지어 살게 하였다. 그 뒤로 혜화동에서 북으로는 낙산과 삼각산의 계곡 물이 미치는 부근의 도로에 금은보화를 실은 수례 행렬이 끊히지 않았다고 한다. 까닭인즉 소문난 족집게 무당을 통해 벼슬을 얻고자 하는 무리들이 싣고 오는 뇌물 행렬 때문이었다. 족집게 과외 교사의 몸값이 천정부지로 오른 것과 다르지 않다. 옛날 중국과 일본에서는 이마가 넓은 여인을 후덕한 여자로 여겼다. 그래서 중국에서는 눈두덩을 넓게 하기 위해 눈썹을 뽑았고, 일본에서는 여자가 아이를 배면 모두 눈썹을 뽑았다. 후덕한 여자로 보이기 위해서였다. 족집게에 빗댄 말도 많다. 2개의 물건이 꼭 맞도록 붙인 것을 ‘족집게 맞춤’이라 하고, 여자 아이가 성인식을 할 때 눈썹을 뽑아 주는 사람을 ‘족집게 부모’, 두 남자 사이를 오고 가는 헤픈 여자를 ‘족집게 여자’, 뻔뻔스럽게 변명하는 것을 ‘족집게 핑계’이라고 한다. 족집게 과외 덕에 대학에 입학해 소망을 이룬 학생과 학부모가 있을 수도 있지만 족집게 도움으로 대학엔 들어 갔지만 바탕 실력이 달려 낙오한 경우도 얼마든지 있다. 너무 잘해도 탈이요, 지나치게 못해도 화근인 것이 세상의 이치다. 능력껏 사는 것이 상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