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수원에서 녹색구매 세계대회라는 행사가 열렸다. 수원시민들은 노벨 평화상 수상자 앨 고어 전 미국 부통령이 수원에 왔다는 정도 쯤으로 알고 있다. 정확하게 이번 대회는 ‘제3회 녹색구매 세계대회’다. 지난 21일부터 23일까지 진행되었다. 대회 조직위원회는 녹색구매를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 ‘녹색구매’란 우선, 구입의 필요성을 잘 생각해서 꼭 필요한 제품만을 구매하는 것부터 시작한다. 녹색상품은 일차적으로는 인체에 안전하며 전력비, 연료비와 같은 사용비용을 줄일 수 있으며, 재활용 등을 통해 폐기비용도 줄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소비자가 녹색구매를 하면 반환경적 생산업체는 도태되고 친환경적인 생산업체는 소비자의 호응을 얻게 되어 녹색상품 생산이 촉진될 것이다.”
이번 행사는 우리 정부가 녹색성장정책을 추구하고 있는 시점에서 기후변화의 대응수단으로 친환경 녹색구매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일깨워줬다는 점에서 의미있는 행사로 평가됐다. 특히 국제 환경부문 무대에서 한국과 수원의 존재를 알리고 녹색상품 구매를 주저하는 소비자들에게 ‘그래도 가야 할 길’이라는 인식을 확산시키는 전기를 마련했다 평가를 듣는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그러나 이런 대회 의미와 성과에도 불구, 해외인사 초청 논란이나 기업체 참여 부족, 시민참여 결여 등을 놓고 아쉬움을 자아내고 있다. 앨 고어 전 미국 부통령은 행사 당일 21일 새벽 4시에 전용기로 도착해 20∼30분 가량 기조연설하고 당일 오후 출국했다. 조직위는 당초 앨 고어 측에 3일 일정으로 한국에 머무르며 기조연설 외에 기자회견 등 다른 일정을 요청했으나 고어 측이 이를 고사했다. 더구나 기조연설 중 처음 5분만 취재를 허용해 앨 고어의 메시지는 일반에 제대로 전달되지 못했다. 고액의 초청료만 지불하고 별무 효과를 보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대회는 국제 환경행사였지만 기업체의 참여가 부진한데다 행사장 주변에서는 하이브리드카나 전기자동차 한 대 볼 수 없었다. 조직위는 녹색경제의 한 축인 기업체의 참여를 바라고 국내 15대 기업에 후원을 요청했으나 성사된 기업은 수원시 금고은행인 중소기업은행과 수원 연고의 삼성전자뿐이었다. 그나마 삼성도 조직위가 요청한 후원금의 10분1 수준만 냈다.
이번 대회는 개최지 수원시가 4억원, 경기도가 2억원을 원해 수원에서 치러졌으면서도 정작 수윈시민들은 녹색구매에 대한 이해와 참여도가 적은 것은 대회 조직위원회의 운영 미숙이 그 요인으로 지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