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고마비(天高馬肥)는 가을 하늘이 높으니 말이 살찐다는 뜻으로 가을은 기후가 매우 좋은 계절임을 형용하여 이르거나 활동하기 좋은 계절이란 뜻을 내포하고 있다.
이 말대로 말은 가을에 살이 찌는 게 맞는 사실일까.
최근 한국마사회가 서울경마공원 경주마를 대상으로 분석한 자료를 보면 사실인지 아닌 지에 대한 궁금증이 조금은 풀린다. 현재 1천420두가 입사한 서울경마공원은 평균 1달에 한 번 꼴로 경주에 출전한다. 마사회는 경주 출전 전 ‘마체중 검사’를 근거로 체중변화를 주시했다.
전체 경주마 중 국산마 1천100두의 경우 일 년 중 가장 체중이 많이 나갔던 달은 10월로, 1년 평균체중보다 8㎏정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외산마 320두도 결과는 비슷했다.
이 조사만 놓고 본다면 ‘천고마비’란 옛말은 전혀 근거 없는 것은 아니란 결론이 나왔다. 그러나 전문가들의 입장은 조금 다르다.
마사회 한 관계자는 “자연 상태의 말들이라면 몰라도 항상 훈련을 해야 하는 경주마들의 경우엔 계절적 요인에 따른 체중변화가 거의 없는 편”이라고 말했다. 또 “경주마의 경우 경주에서 전력질주를 하고 나면 많은 에너지소모로 인해 10㎏이상 체중이 감소한다”며 “월별 미세한 체중변화는 계절적 요인 때문이라고 보기 힘들다”는 견해를 내났다.
다른 전문가도 “전체경주마로 한 이번 조사에서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3세 전후마필도 포함돼 있음을 감안하면 하반기 체중이 늘어난 것에 큰 의미를 부여하기는 힘들다”고 했다.
이와 함께 똑 같은 훈련조건이라도 해도 상대적으로 체력소모가 많은 여름보다 선선한 날씨로 인한 적은 체력소모도 감안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결국 천고마비란 옛말은 자연상태의 말과 비교하는 등 보다 세밀한 분석이 필요하다는 것이 결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