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5.14 (수)

  • 구름많음동두천 17.6℃
  • 맑음강릉 20.3℃
  • 구름많음서울 18.2℃
  • 맑음대전 18.5℃
  • 맑음대구 19.0℃
  • 맑음울산 20.0℃
  • 맑음광주 18.4℃
  • 맑음부산 19.1℃
  • 맑음고창 18.4℃
  • 맑음제주 21.3℃
  • 구름많음강화 15.3℃
  • 구름조금보은 17.3℃
  • 맑음금산 18.1℃
  • 맑음강진군 18.7℃
  • 구름조금경주시 20.7℃
  • 맑음거제 19.7℃
기상청 제공

‘三昧’ 이끄는 문장·필체

朝·淸 ‘문화 주역’작품 60여점
과천시민회관서 16일까지 전시
한·중간 학술적 예술교류 기회
추사 연행 200주년 ‘한중묵연’전

 

추사 김정희는 스물다섯 팔팔한 나이인 1809년 시월 부친 김노경의 자제군관으로 처음이자 마지막이 된 연행(燕行)에 나선다.

외교적 숙제를 안고 간 정사(正使)나 부사(副使)와는 달리 그는 누구의 간섭 없이 자유분방하게 그곳 문물을 접했다.

조용한 나라 조선과는 달리 일찍 대문을 활짝 열어젖힌 청(淸)대 문화를 눈으로 확인하곤 동북아 변방에 위치한 여진족이 이룬 사회전반에 걸친 엄청난 변화에 문화적 충격을 받았다.

특히 당대 최고의 석학으로 불린 옹방강과 완원과의 만남은 그가 학문에 더욱 정진하는 계기가 됐다.

또 추사의 연행은 한중간 문화교류를 트는 물꼬 역할을 했고 조선의 학술과 금석고증학이 세계적 수준으로 도약하는데 징검다리가 됐다.

조·청(朝·淸)의 활발한 문화를 주도했던 주역들의 작품 60여점이 지난 5일부터 16일까지 과천시민회관 전시장에서 열리고 있다.

김정희 연행 이백주년을 기념한 ‘김정희와 한중묵연(金正喜와 韓中墨緣)’은 추사와 직간접적으로 인연을 맺은 인물들 중심으로 꾸몄다.

넓디넓은 전시장 규모에 비해 조금은 허전하다고 느껴지나 전시품 하나하나는 보석처럼 빛난다.

‘사행(使行)-연경으로’, ‘교류(交遊)-연경에서 만난 사람들’, ‘왕복(往復)-서화와 문헌’, ‘세한(歲寒)-이상적과 세한도’ 4부로 나눠 전시했지만 소제목에 연연할 필요는 없다.

서로가 주고받은 간찰에서 혹은 그들의 뛰어난 문장을 통해 잠시 입정삼매(入定三昧)하면 된다.

전시장 입구 오른쪽에 걸린 그림은 포스터 이미지로 사용했던 문복도(?腹圖)다.

연경 학자 정조경이 동년배인 김정희를 연경 체류 시 만나지 못했음을 스스로 안타깝게 여겨 그린 것으로 추사를 흠모하는 마음이 차고 넘친다.

추사의 옹방강에 대한 존경은 “서재에서 지도받기를 원하다”는 필담서와 그가 다녀온 2년 뒤 연행에 나서는 신위에게 “옹방강은 꼭 뵈라”는 간찰에서 미뤄 짐작할 수 있다.

담계수찰(覃溪手札)은 여덟 셋 나이인 담계가 서른 추사의 편지에 대한 답장으로 김정희가 경학과 훈고학에 심취했음을 보여준다.

군계일학은 국내 최초로 공개되는 조기복 묘표(趙基復 墓表)탁본이다.

묘표 크기가 세로 116.6, 가로 48.9㎝의 크기의 김정희 대자(大字) 예서로 그의 나이 서른아홉에 서한(西漢) 예서(隸書)의 높은 경지에 도달했음을 말해주고 있다.

‘金正喜와 韓中墨緣’은 이밖에 김노경 간찰과 추사 동생 김명희와 제자 이상적의 시문, 당시 동행했던 정사나 부사, 역관들이 연경학자들과 주고받은 글이 함께 진열돼 있어 서예 마니아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추사서예대전에서 당나라 묵객의 시구를 적어 특선을 받은 김철박(71) 씨는 “한점 한점이 감히 임서를 못할 정도로 필력이 대단해 감탄사만 나온다”고 말했다.

지난 9일엔 추사의 고향 예산 주민 30여명이 소중한 기회를 놓칠세라 한걸음에 달려오기도 했다.

과천문화원 최종수 원장은 “추사를 중심으로 한 한중간의 학술적 예술적 교류를 종합적으로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라며 “이런 자리마련을 위해 보물처럼 간직해온 작품들을 선뜩 내놓은 소장자들과 귀중한 자료를 기증한 고(故) 후지즈카 아키나오 옹에게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배너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