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인기 오락 프로그램에 출연한 한 여대생의 “신장 180㎝ 이하의 남자는 루저(loser)”란 말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그러나 이와는 달리 경마기수는 키가 168cm를 넘으면 루저가 된다.
올해 경마 기수후보생 모집공고의 응모자격은 ‘신장 168㎝ 이하’다.
키 작은 사람이 아니라 키 큰 사람을 차별하고 있는 경마 기수의 세계에서 신장 168㎝ 초과자는 진입조차 허용이 안 된다. 이처럼 기수 후보생 선발 시 신장 제한을 두는 것은 부담중량이란 제도 때문이다.
부담중량이란 특정 경주에서 경주마가 짊어져야 하는 총 무게를 뜻한다.
이 무게엔 기수 몸무게와 안장, 모포 등 장구무게가 포함돼 키가 크고 체중이 많이 나가면 부담중량을 맞추기가 어려워진다. 사람에 따라 차이가 있으나 대체적으로 작은 키는 키 큰 사람에 비해 체중 조절에 이점을 가져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다.
실제 경주성적을 뽑아보면 신장과 성적의 역비례 현상이 명확하게 드러난다.
서울경마공원 현역기수들 가운데 가장 키가 작은 최단신 10명의 2009년 평균 승수는 28.2승으로 키가 가장 큰 최장신 10명의 16.9승보다 월등하게 많다.
서울경마공원 현역 기수 중 최단신은 146.7㎝의 박모 기수로, 1987년 데뷔, 9천9백 번 출전, 지난 6월 한국경마사상 최초로 1500승을 달성하는 전인미답의 기록을 세웠다.
하지만 기수세계에서 비교적 장신인 기수가 투지와 노력으로 극복한 사례도 없지 않다.
차세대 리딩자키로 떠오른 문세영 기수는 162.7㎝의 키로 현역기수 중 여덟 번째로 키가 크지만 작년 한 해 연간 최다승(128승)기록을 달성했다.
이들의 사례에서 보듯 키는 숫자에 불과할 뿐 노력하는 자는 누구나 위너(winner)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