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주택건설사업자가 땅을 확보하려고 토지주에게 강제수용권을 행사해 토지주의 이익이 침해된다면 주택건설사업승인을 취소할 수 있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수원지법 행정2부는 민간 건설사업자에 땅을 강제매각해야 할 상황에 처한 A씨가 화성시를 상대로 낸 주택건설사업계획 승인처분 취소청구 소송에서 승소 판결했다 29일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아파트 건설에 편입되는 원고의 토지가 전체 사업부지의 12.3%에 불과해 이를 제외하더라도 아파트단지 조성이 가능한 점, 편입되지 않아 남게 되는 원고의 토지가 긴 세모꼴 형상을 해 개발가치가 떨어지는 점, 매도요청에 불응해 부당이득을 얻으려는 목적이 없어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하면 화성시가 재량권을 일탈·남용해 주택건설사업계획을 승인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어 “지방자치단체가 토지주의 불이익을 주택건설의 공익성과 객관적으로 비교해 판단하지 않고 사업을 승인해 토지주의 재산권을 침해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민간 건설사업자 J건설은 지난해 8월 화성시 향남읍 일원 7만6천여㎡에 1천308가구 규모의 아파트 건설사업계획을 승인받았으며 화성시는 같은 날 J건설 아파트 사업부지를 포함, 11만3천여㎡를 제1종 지구단위계획구역으로 지정·고시했다.
A씨는 지구단위계획구역에 1만8천여㎡, J건설 아파트 사업부지에 9천여㎡의 땅이 편입됐다. 사업부지의 80% 이상을 확보한 J건설은 A씨 소유 땅 9천여㎡에 대해 매도청구권 소송을 제기해 1심에서 승소했고, A씨는 “토지주의 권리를 침해해 주택건설사업을 승인했다”며 화성시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현행 주택법상 매도청구권 조항에 따라 민간 주택건설사업자가 사업부지의 80% 사용권을 확보하면 현 지주가 매입한 지 10년 이전의 땅만 매도청구할 수 있고 95% 사용권을 확보하면 나머지 5%를 아무런 제한없이 매도청구할 수 있다.
이 조항은 알박기 등 투기적인 토지거래를 막고 안정적인 주택공급을 위해 지난 2005년 주택법을 개정, 국가와 자치단체, 공기업 뿐 아니라 민간 사업자에게도 사유지를 강제로 취득할 수 있는 길을 터놓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