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 파업이 일주일째로 접어든 가운데 열차 운행의 차질이 계속되고 있다.
정부와 노조 사이 갈등도 확산 되고 있다. 수도권 전동차와 통근 열차는 평소 수준으로 운행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배차 간격이 일정하지 않아 일부 구간에서는 승객들의 불편을 겪고 있다.
특히 화물과 시멘트 등 원재료 수송이 문제다.
이런 가운데 화물 연대는 대체 수송을 거부겠다고 밝혀 수출입 업체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정부는 1일 담화문을 발표하고 이번 파업을 공공기관선진화라는 정부 정책에 반대하고 합법적인 노조활동을 벗어났다며 불법으로 규정했다.
하지만 복귀를 촉구하는 정부에 대해 노조 측은 오히려 정치적 탄압을 받고 있다며 투쟁을 이어가겠다고 밝히고 있다.
◆철도노사 극한 대립 왜?=노사 양측의 입장차가 워낙 켜서 협상 타결은 커녕, 협상자체가 진행되고 있지 않다.
파업 후 지난달 27일과 29일 철도노조는 사측에 교섭재개를 정식 요청했다. 하지만 철도공사측은 파업을 중단하기 전에는 교섭 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교섭재개가 먼저냐. 파업 중단이 먼저냐. 노조와 사측이 힘겨루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노조는 사측이 협상중에 일반적으로 단체협약을 파기한 채 구조조정을 강행한다고 주장하지만, 사측은 노조가 고통분담 차원의 임금동결을 무시한 채 무지한 요구를 하고 있다고 맞서고 있다.
또 노조양측은 이달 중순 단체협약 수정안을 두고 극명하게 대립했다. 공사측은 기존 단협내용 가운데 61명인 노조전임자수, 한글날, 제헌절 등의 유급휴일, 100억이 넘는 조합비 등 120여개 조항을 폐지 및 개정사안으로 꼽았다.
이를 노조측은 거부하고 임금 6.1% 인상, 해고자 복직, 공기업 선진 계획 철회 등을 요구하고 나서 결국 단협해지와 전면파업의 수순으로 이어졌다.
특히 철도노조가 사측의 일반적 단협해지를 파업의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정부가 추진하는 공기업 선진화에 대한 이명박 대통령의 강한 의지와 국민정서를 등에 업은 공사측과 2만5천여명에 달하는 조합원의 결속력을 기대하는 노조의 기싸움이 양측의 극한 대립을 부추기고 있다는 분석이다.
◆檢 철도노조 불법파업 규정…강경대처
노조는 허준영 철도공사 사장을 노동청에 고발하고 이에 맞서 사측은 노조원 180여명을 경찰에고소하면서, 양측의 감정의 골만 깊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수사당국은 이번 파업을 불법파업으로 규정하고 강경대처 방침을 공식화했다. 대검찰청은 지난 1일 사측이 일방적으로 임단협을 깼기 때문에 불법 파업이 아니라고 주장하지만, 근로조건과 상관없는 해고자 복직은 임단협 사항이 아닌데다 정부의 공기업 선진화 방안에 반대하는 것은 일종의 정치 투쟁이어서 불법 파업으로 보고 신속하게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민주당 등 야당과 시민단체, 노동계 등은 노조 탄압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노조도 “이번 파업은 주체, 목적, 절차, 수단과 방법 등이 모두 정당한 파업”이라며 “공사가 조건없이 대화와 교섭을 하자는 노조 요청을 즉각 받아들이지 않으면 앞으로도 파업 투쟁을 계속해 나갈 방침”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화물·여객 수송 비상=파업여파로 화물 열차 운행률이 크게 떨어져 수출입 화물, 시멘트 등의 물류 수송 차질이 계속되고 있고 일부 여객 열차도 정상 운행되지 않아 승객들의 큰 불편을 겪고 있다.
철도노조 파업이 일주일째 이어짐에 따라 수도권 물류기지인 경기도 의왕내륙컨테이너기지가 원자재 수송에 차질을 빚으면서 인근 시멘트 공장의 재고가 바닥나는 등 피해가 확산되고 있다.
노조 파업 일주일째인 2일 의왕기지 오봉역에 따르면 이날 화물철도 운행 계획 편수는 왕복 29편으로 전날보다 5편이 늘었으나 운송률은 평소 수요일 운행편수 62편의 46.8%에 그쳤다.
컨테이너 화차 운행 계획 편수는 전날과 마찬가지로 17편을 유지했다. 이는 평소 38편의 절반에 못 미치는 44.7% 수준이다.
시멘트와 철강재 등을 실어나르는 벌크 및 박스 화차 운행은 12편이 계획돼 전날보다 5편이 증가했다. 따라서 전날 29.2%에 그쳤던 운송률은 66.7%로 다소 올랐다.
이번 파업으로 원료 수송이 끊기면서 의왕기지 인근 시멘트 공장 7개사는 각 공장마다 재고가 이날 바닥나 가동이 중단될 위기에 처했다.
이들 공장 7곳 가운데 4곳은 전날 재고가 바닥났고 재고가 일부 남아 있는 동양시멘트 등 3개 공장도 이날 재고가 소진될 것으로 알려졌다.
하루평균 1천500t의 시멘트를 수도권 지역으로 출하하던 동양시멘트 의왕사업소는 재고가 바닥나 당장 3일부터는 공장 문을 닫아야 할 상황이다.
경부선, 경인선, 안산선, 일산선, 분당선, 중앙선 등 수도권 전철 6개 노선은 이날 평소대로 1천800여회가 운행될 계획이나 일부 전동차의 지연 운행 등으로 이용객들의 불만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전국적으로 새마을호는 44회(평상시의 59.5%), 무궁화호는 202회(62.7%)만 운행돼 열차 이용객들도 불편이 이어졌다.
◆파업 장기화 언제까지 = 노사 양측이 서로에게 일방적인 ‘백기’만 요구하고 있어 이번 파업은 당장 해결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한발씩 양보해 타협점을 찾지 않으면 더 장기화될 공산이 크다.
철도노조는 교섭 재개를 요청하고 있지만 공사측은 2일까지 별다른 답변을 하지 않고 있다. 노조가 파업을 즉각 중단하지 않으면 어떠한 교섭도 없다는 것이 공사측의 확고한 입장이다.
공사 허준영 사장은 “어떠한 경우에도 적당한 타협은 없으며, 그동안의 잘못된 관행과 부당한 요구, 불합리한 제도를 법과 원칙에 따라 이번에 반드시 바로잡아 새로운 노사관계를 정립하겠다”고 강조했다.
반면 노조 관계자는 “공사측의 입장일 뿐이며 노조 탄압이나 무력화로 절대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노사 양측이 이같이 ‘평행선’만 그려서는 해결책이 나올 수 없다. 서로에 대해 일방적인 ‘항복’이나 ‘무장해제’만을 요구할 것이 아니라 한발씩 양보해 탸협점을 찾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 우선 얼굴부터 맞대고 진지한 대화와 협상을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측은 파업 철회를, 노조는 교섭을 먼저 하자고 주장하고 있어 언제까지 철도의 레일처럼 평행선만 달릴 것이지 이를 보는 국민들은 불안하기 짝이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