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 LPG 인상·불황·신종플루 ‘삼중고’
특소세 폐지·인하율 확대 등 대책 시급
“아휴, 말도 마요, 택시 경력 22년째인데 IMF때 보다 손님이 더 없어요”
지난 5일 오후 2시쯤 수원역 택시승강장앞. 이 곳에는 50~60여대의 택시들이 꼬리를 문 채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다.
최근 두 달 연속 인상된 LPG 가스 값과 몇 년째 이어오는 경기불황이 겹친데다 최근에는 신종플루까지 가세하면서 택시 업계는 삼중고를 겪고 있었다.
“수원역에서만 40여분 넘게 대기하고 있다는 개인 택시기사 최운철(51)씨는 “오전 6시30분에 나와 오후 11시 30분까지 꼬박 일해야 집에 가져가는 돈이 4만~5만원 수준”이라며 “이번에 아들녀석이 대학에 수시로 합격했는데, 등록금 대기도 막막하다”고 푸념했다.
그는 이어 “요즘 하루 적게는 200㎞에서 많게는 260㎞까지 운행하지만 하루 평균 수입 11만원 중 가스값 5만~6만원 가량을 제외하면 남는 게 없다”고 하소연했다.
또 올해 터진 ‘신종플루 공포’가 거리를 덮치며 감염을 우려한 시민들이 외출과 회사마다 연말 회식을 자제하다보니 주요 도로변은 한산하다 못해 황량하기까지 하다.
이날 오후 4시쯤 서수원버스터미널 택시승강장에서 만난 법인 택시기사 양모(53)씨도 50분 째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다.
“회사 사납금 내고 나면 남는 게 만원이에요. 만원이라도 남기면 다행이게요? 사납금도 못 채우는 기사들이 수두룩해요”
사납금을 제외한 20~30%가 실수입이라는 양씨는 30% 이상 손님이 준 탓에 본전도 못 건지고 있다고 했다.
양씨는 “한달 실수익이 50만원 안팍이라”며 “요즘 같아선 정말 이 일을 때려치우고 싶다”고 말했다.
수원종합버스터미널 앞 택시승강장에소 손님을 기다리고 있던 김서순(48)씨의 사정도 마찬가지.
그는 “가스 값이 1년새 급등하면서 지난해 보다 한달 연료비가 10만원 가량 더 들어가 요즘에는 점심도 집에서 싸온 도시락으로 해결하고 있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31년째 개인택시를 몰고 있다는 최갑용(60)씨 역시 “택시업계를 위한 가장 근본적인 대책은 LPG가스에 부과되는 특소세를 폐지하거나 인하율을 대폭 늘리는 것”이라면서 “말처럼 쉽게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