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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특집] 개관 2돌만에 42만명 다녀간 ‘과천청소년수련관’

청계산 절경 조화 체육·수련관동 시설물 알뜰살뜰 구성
평일 모자라는 공부·주말 체험활동 ‘토리아리아카데미’
영어가 술술 ‘English Town’·30여 프로그램·레포츠 등

 


청소년 자람터? 해방구? 비결이 뭐길래…


과천청소년수련관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대드는 겁 없는 존재 중 하나다. 한해 이용객이 개관 1년 만에 32만 명을 기록하더니 2년차인 올해 42만 명을 거뜬히 돌파했다. 사람의 키를 높이로 환산한다는 것은 좀 우스운 얘기지만 청소년과 성인의 평균키를 160㎝로 가정하면 67만2천m로 세계 최고봉인 8천848m의 에베레스트보다 약 76배나 높다. 7만여 명의 인구를 겨우 넘긴 과천시 현주소만을 놓고 보면 42만이란 수치는 국내 최대 아트센터인 예술의 전당 연간 2백만 명에 버금가는 놀라운 기록으로 ‘하늘 높은 줄 모른다’는 표현이 결코 과장이 아님을 알 수 있다. 도대체 수련관에 어떤 비법이 숨어있기에 이토록 많은 인파가 끝도 없는 긴 대열에 합류했을까. 시 승격 20년이 다 되도록 번듯한 청소년수련관을 갖지 못한 목마름이 봇물 터지듯 한꺼번에 밀려든 탓만도 아닐 것이란 생각으로 주마간산 격이나마 현장을 보기로 했다. <편집자 주>

지난 24일 취재차 기자가 방문한 과천청소년수련관은 오전 9시40분을 조금 넘긴 시간임에도 활기가 넘치는 분위기를 감지하기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겨울방학을 맞은 초등학교 학생들이 삼삼오오 모여 얘기를 나누다가도 무엇이 우스운지 ‘까르르’ 자지러졌고 주부들은 배드민턴 등으로 일상생활에서 쌓인 스트레스를 땀으로 씻어 내리고 있었다.

1층 현관로비엔 작은 음악회가 열려 ‘사랑은 아무나 하나’ 등 가요와 피아노협주곡이 아침을 깨웠다.

청소년들이 희망을 노래하고 미래를 설계하는 수련관은 문원동 198번지 8천240여㎡ 부지에 지난 2005년 10월 첫 삽을 떠 2007년 12월 초 문을 열었다.

체육관동과 수련관동으로 구분된 지하 4층 지하 1층(연면적 8천318㎡)은 층별 시설물을 살림 잘하는 주부처럼 알뜰살뜰하게 꾸며놓았다.

토리, 아리방, 공연장, 연주실, 음악실, 강의실, English Town, 청소년상담센터, 다목적실, 실내체육관, 헬스장, 수영장 등등. 청소년들은 이들 장소에서 토론문화를 배우고 예능을 익히고 영어를 습득하고 심신을 단련한다.

앞산인 청계산 절경과 조화를 이루며 아담하게 지어진 수련관에서 펼치는 각종 프로그램의 속은 어느 하나 버릴 것 없이 알차다. 초등학생 고학년으로 편성된 토리아리아카데미는 국어, 영어, 수학 등 학습 외 음악, 미술, 수영, 바둑, 논술 등 개인의 취미나 적성을 개발하는 장이다.

월~금요일 5일간 모자라는 공부를 보충하는 시간이었다면 토요일은 고대하던 신나는 체험활동으로 채워져 있다.

엄마가 새벽같이 일어나 싸준 김밥을 들고 마사박물관과 서울대공원, 미술관, 강화역사현장, 아프리카문화원 등을 둘러보고 종이접기, 천연비누 만들기로 어릴 적 추억을 가슴에 하나하나 쌓아나간다. 1박2일 산장체험캠프에 다녀온 정지나(4학년)는 체험수기집에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올라가니 뿌듯했다. 갔다 오고 나니 내 자신이 좀더 강해진 것 같다”고 적었다.

다른 시설물이 시샘할 할 정도로 한층 전체를 차지한 English Town은 일단 발을 딛는 순간 우리말은 잠시 내려놓아야 한다. 입구에서부터 출구까지 원어민과 친구와의 대화는 모두 영어가 아니면 의사소통이 불가능하다.

돌아가는 시추에이션을 보자면 우선 Town에 들어가려면 공항 입국심사대를 통과해야 한다. 그 다음은 병원, 은행, 우체국, 쇼핑, 스튜디오, 홈 스테이, 세계역사알기 등으로 구획된 방을 차례로 돌며 어디가 아픈지 자신이 원하는 물건 값은 얼마인지, 오늘 날씨는 어떤지를 원어민에게 묻고 흥정하며 혹은 1일 아나운서가 돼 소개한다. 걱정 반 기대 반으로 문을 두드린 첫날은 ‘꿀 먹은 벙어리’지만 한두 달 지나면 자신도 모르게 부쩍 늘어난 실력에 스스로도 대견해진다.

정우석(청계초 3학년)군은 “영어를 열심히 배우니 재미있고 자신감도 생겨 더욱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수련관 인기도의 가늠자는 특화프로그램에서 정점을 찍는다. 동아리축제, 테마콘서트, 가족과 함께 한밤 추억 만들기, 드라마 속 역사현장 따라잡기, 문화탐험대, 스킨다이빙, 기후변화 환경교실, 직업 현장 체험 체육활동 등은 누가 기획했는지 하나같이 차지다. 무려 30개에 달하는 프로그램을 통해 청소년들은 우리나라 역사를 배우고 가족의 소중함을 알고 앞으로 자신이 택할 직업의 방향을 점쳐본다.

또 경연과 축제를 통해 끼를 발산하고 레포츠 참가로 건강하고 건전한 심신을 연마한다.

자치프로그램도 수련관이 지닌 매력 중 하나다. 청소년기자단 ‘낭랑’이 펴는 ‘청의 눈’은 그들이 발로 뛰며 쓴 현장보고서로 미래 기자를 꿈꾸는 학생들의 모임단체로 자리매김했고 청소년운영위원회는 수련관 활성화를 도출하고 토론문화를 정착시켰다.

수련관은 운영효율성을 높이는 방안으로 학생들이 이용하지 않는 오전시간대엔 일부 시설을 성인들에게 자리를 내줬다. 체육관동과 음악실, 요리교실 등이 그것이다. 이날 연주회에서 만난 윤영미(44·부림동)주부는 “음악은 나의 생활에 활력을 불어넣었다”며 “지난 10월 발표회장에서 관객과 가족들로부터 뜨거운 박수를 받을 때 나도 해냈다는 성취감을 느꼈다”고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짧은 시간 취재는 수련관 구석구석 박힌 보석을 다 캐지는 못했지만 이 정도 성찬이면 구미가 당기지 않을 청소년과 시민은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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