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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조 시국선언 엇갈린 판결 ‘일파만파’

 

‘디케’는 가만히 있는데… 논란 불붙인 이중잣대

시국선언을 주도해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인천지역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간부들에 대해 1심에서 유죄판결이 내려졌다. 앞서 지난 1월 같은 혐의로 기소된 전북 전주지역 전교조 간부들에 대해서는 원심에서 무죄판결이 나왔다. 같은 사안에 대해 재판부가 대조되는 판결을 내려 ‘교사의 정치적 의사표현’에 대한 법적 해석을 둘러싸고 논란이 예상된다.

◆ 인천지법 “정치적 의사표현 신중해야” 유죄

인천지법 형사3단독 권성수 판사는 지난 4일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 등으로 불구속 기소된 임병구 전교조 인천지부장에게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고, 김용우 정책실장과 이성희 사무처장에겐 각각 벌금 50만원의 선고를 유예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표현의 자유는 보장받아야 할 중요한 기본권이지만 교육과 관련 없는 시국 상황에 대한 국정쇄신 요청은 정치적 의사표현”이라며 “시국선언이 집단행동을 금지한 국가공무원법에 위배된다”고 밝혔다. 또 “교사들은 정치적 중립성과 아직 판단능력이 미숙한 초·중·고교 학생들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일반 공무원 보다 정치적 의사표현에 신중해야 한다”며, “교사들의 시국선언이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 의무는 물론 교육의 정치적 중립 의무까지 위반했다”고 덧붙였다.

◆ 같은 시국선언, 상반된 판결 왜?

전교조의 시국선언이라는 동일한 사안을 놓고 전주지법과 인천지법의 1심 판결이 전혀 다른 이유는 시국선언 발표가 정치적 행위인지를 판단하는 관점이 달랐기 때문이다. 국가공무원법(제66조 공무원은 노동운동이나 그 밖에 공무 외의 집단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이 금지하는 시국선언 발표가 집단행동인지 여부에 대한 의견도 엇갈렸다.

거기에 전교조 측이 주장하는 ‘표현의 자유’를 교사에게 어느 정도까지 보장할지에 대한 시각차가 맞물려 정반대의 결과를 낳은 것.

국가공무원법 제66조는 “공무원은 노동운동이나 그 밖에 공무 외의 일을 위한 집단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검찰은 교사들의 시국선언을 “교육정책 외에도 정부·여당의 언론정책, 집회금지 조치, 촛불집회·피디(PD)수첩 수사,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등 정파 간 이해 대립이 첨예한 사안에 대한 편파적 의견 제시”로 규정했다. 이에 따라 시국선언은 “교원노조법이 금지한 정치활동이며, 공익에 반하는 공무 외의 집단행위”라고 주장했다.

유죄를 선고한 인천지법 형사3단독 권성수 판사는 교사들의 행위가 정치적이라고 규정하고, 교사 또는 공무원의 표현의 자유는 일반인들보다 좁게 봐야 한다고 규정했다.

이는 “교육과 관련 없는 시국상황이나 정책에 대한 인식, 그에 따른 국정 쇄신 요청으로 이는 정치적 의사표현”이라며 “표현의 자유는 어느 기본권보다 중요하다는 사정을 감안해도, 교사의 정치적 의사표현은 다른 공무원들보다 더욱 ‘신중’해야 한다”는 판결문의 대목에서 잘 드러나고 있다.

◆ “정치적 의사표현이다” VS “국가에 바라는 사항을 밝혔을 뿐”

반면 앞서 지난 1월 무죄를 선고한 전주지법 형사4단독 김균태 판사는 “교사들의 표현의 자유를 일률적으로 제한해서는 안 된다”며 표현의 자유 쪽에 무게를 실었다.

김 판사는 판결문에서 “국가공무원법이 금지하는 ‘공무 외의 집단행위’는 ‘공익에 반하는 목적을 위해 직무 전념 의무를 게을리 하는 등의 영향을 가져오는 집단행위’로 축소 해석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오며(헌법 제1조 2항), 국민의 의사에 따라 권력을 행사해야 하는데, 표현되지 않은 국민의 의사를 해석할 수 없으므로 이를 위해 언론·출판·집회·결사의 자유(헌법 제21조)가 모든 국민에게 보장돼야 한다”며, “이는 교사에 대해서도 동일하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헌법정신에 충실한 국정운영을 바란다는 것에 불과하므로 공익에 반하는 행동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같이 동일한 사안에 대한 법원의 엇갈린 판결은 재판부가 헌법상 ‘표현의 자유’와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 가운데 어느 쪽에 무게 중심을 두느냐에 따라 다른 판단이 나온 것이다.

표현의 자유에 방점을 찍으면 시국선언은 무죄라는 결론에 이른다. 반면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에 중점을 두면 교사들의 표현의 자유는 상당하게 제한을 받아 유죄라는 결론에 도달한다.

 

 



◆ 대법원·헌법재판소 판례는

이와 관련, 대법원과 헌법재판소는 교사들의 정치적 행위를 금지하는 판례를 유지하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2004년 3월 “교사의 정당 가입이나 선거 운동이 금지돼 정치적 기본권을 침해받았다”며 중학교 교사 윤모씨 등 2명이 낸 헌법소원에 대해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기각 결정을 내렸다. 대법원도 2006년 5월 ‘대통령 탄핵반대’ 시국선언에 참가해 시국선언문을 돌린 혐의 등으로 기소된 전교조 간부들에게 유죄를 선고했었다.

따라서 유죄를 선고한 권 판사는 기존 판례와 일맥상통한 판결을 한 셈이다. 반면 무죄를 선고한 김 판사는 “대법원 판례가 된 사건은 국가공무원법뿐 아니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까지 함께 적용됐기 때문에 경우가 다르다”며 해석을 달리했다.

◆ 각계각층 반응은

엇갈린 이번 법원의 판결을 대해 각계각층의 반응은 다양하다.

동일 사안에 대한 두 개의 다른 판결로 인해 법조계 일부에서는 ‘법적 안정성이 훼손될 우려’가 있다는 지적과 함께 이로 인해 ‘1심판결에 불복하고 너나없이 대법원 판결까지 받아야 한다는 생각이 확산’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A 변호사는 “어떤 판사를 만나느냐에 따라 운영이 바뀐다는 생각을 국민이 갖게 되는 것은 사법부에는 비극”이라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사실관계는 물론 교사가 정치적 의사를 표현할 수 있느냐라는 헌법적 가치에 대한 생각부터 현격한 차이를 드러내 단순한 법 해석의 차이가 아니라 판사 개인의 가치관이 많이 반영됐다는 평가도 나왔다. 개별 판사의 시각에 따라 판결이 춤추는 형사단독재판의 문제점이 이번 사안에서 극명하게 드러났다는 시각도 제기됐다.

시민 K(41)씨는 “이렇게 되면 국민들은 과연 어느 쪽 판결을 믿어야 할 것인지 도대체 갈피를 잡을 수가 없다”며 “적어도 어느 한쪽의 판결은 ‘법 앞에 만인은 평등하다’ 는 법언(法諺)이 무색해지는 엉터리 판결임을 스스로 증명했다”고 말했다.

이번 인천지법 판결에 대해 전교조 인천지부는 “전주지법과는 다른 판결에 깊은 유감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며 “이는 앞으로 있을 수십 번의 판결 중 일부일 뿐으로, 전교조는 시국선언의 정당성을 확신하며 이를 법정에서 확인하기 위한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전교조가 대운하·미디어법 등 정파 간 이해가 첨예한 사안에 대해 정치적 행위를 했기 때문에 나머지 재판에서는 모두 유죄를 받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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