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 시즌을 맞아 학교 마다 졸업식이 한창 진행 중인 가운데 고양 지역의 한 중학교 졸업식에서 남·녀 학생들이 전라의 모습으로 뒤풀이하는 사진 40여장이 인터넷에 유포되면서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최근 남·녀 중학생 20여명이 졸업식 뒤풀이로 한 여중생을 속옷차림으로 만들고 머리에 케첩까지 뿌린 장면의 동영상이 퍼진지 불과 수 일 만에 벌어진 것이어서 더욱 충격적이다.
경찰도 학생들의 졸업식 뒤풀이 행태가 사회적인 파문으로 확산되자 수사에 나섰지만, 단발적인 대안보다는 졸업식 문화를 바꿀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알몸 졸업식 뒤풀이 파문 확산
지난 13일 오전 3시쯤 고양지역의 한 중학교 졸업생 15명과 고교생 20명이 졸업식을 마친 뒤 학교 근처 공터에 모여 속옷 조차 걸치지 않고 전라로 뒤풀이하는 사진 40여장이 한 인터넷사이트를 통해 급속히 유포됐다.
인터넷에 올라온 사진에는 대낮에 아파트 주변에서 학생들이 밀가루와 계란을 뒤집어쓴 채 알몸으로 인간 피라미드를 쌓는 모습, 중요부분만 가린 채 담 아래 서 있는 장면, 속옷을 벗는 장면 등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선배로 보이는 학생들은 마스크와 비옷을 착용하고 밀가루를 뿌리거나 알몸 학생들을 촬영하며 뒤풀이를 즐기기도 했다.
사진에는 일부 학생들의 얼굴이 그대로 노출돼 해당 인터넷 사이트에는 사진 속 학생의 실명이 거론되며 낮 뜨거운 댓글이 계속해서 달렸다.
파문이 커지자 해당 인터넷 사이트 관리자는 관련 사진을 모두 삭제했으나 이미 네티즌들 사이에 퍼진 뒤였다.
경찰도 수사에 나서면서 피해학생들로 부터 ‘선배의 강요에 의해 뒤풀이에 참석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이에 따라 경찰은 17~18일 사이 가해 학생들에 대해 조사를 벌일 계획이다. 경찰은 뒤풀이 과정에 강요나 강압이 있었을 경우 가해 학생들을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 위반 혐의를 적용해 처벌할 방침이다.
◇옷 벗기고 사진까지 찍어 경악
가해 학생들은 피해 학생들에게 옷을 벗긴데다 사진이나 동영상까지 찍었다는 점에서 충격을 더하고 있다.
고양 지역 중학생 졸업식의 알몸 뒤풀이 사건 전인 지난 7일에도 서울 금천구의 한 중학교에서 이 학교 출신 고교생들이 졸업한 여자 후배의 상의를 벗기고 케첩을 머리에 뿌리는 동영상이 인터넷에 퍼져 관련 학생들이 경찰 조사를 받기도했다.
또 같은 달 제주에서도 고교 선배들이 ‘졸업식 전통’이라며 후배 중학생의 옷을 찢고 액젓을 먹인 뒤 바다에 빠뜨리는 폭력을 휘둘렀다.
학교 폭력이 어느정도로 심각한지는 지난해 9월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이상민 의원(자유선진당)이 교육과학기술부 등에서 넘겨받아 분석한 ‘학교폭력 심의건수 및 피해학생 처분현황(2007∼2009년)’ 자료를 보면 잘 알 수 있다. 이 자료에 따르면 2008년 전국 초중고에서 발생한 학교폭력 심의건수는 총 8천813건으로 전년보다 369건 증가했다.
◇정서적인 안전망 만들어야
전문가들은 이 같이 빗나간 졸업식 뒤풀이 문화를 막으려면 지도방식을 바꾸고 학생들을 위한 정서적 안전망을 만들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황상민 연세대 교수(심리학)는 “학교를 졸업하는 과정에서 감정을 배출하고 의미를 만드는 세레모니(의식)가 없다. 종전의 답답한 졸업식 대신 미국의 프롬 같은 독특한 문화를 정착시킬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함인희 이화여대 교수(사회학)는 “청소년들이 성(性)을 부끄러운 금기가 아니라 자기표현의 수단으로 보는 점도 주시해야 한다”며 “이들의 문화적인 욕구나 억눌린 상황을 건전하게 해결할 수 있게 학교의 지도 방식이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수원시내 한 중학교의 김모(54) 교사는 “가정환경이 좋지 않은 학생들이 과격행동을 보이는 사례가 많다”며 “이런 취약 계층에 대해 지역 사회 전체가 멘토링(선후배 상담) 등과 같은 ‘정서적 안전망’을 마련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하지만 용서하고 배려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의견도 있다.
경찰대 표창원 교수(범죄심리학)는 “과도한 학업 부담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았다는 배경은 이해한다“며 “단 폭력을 학습한 일부 학생이 저지른 가혹행위인 만큼 처벌과 계도를 통해 잘못된 행동이란 경고를 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