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3월이다. 외투가 무거워 보이고 스치는 바람이 한기를 잃은 걸 보면 어느덧 봄은 우리 곁에 와 있다. 자연의 법칙은 순리대로 이행되는데 사람이 하는 정치는 순리와 원칙을 역행해 온 나라를 어지럽게 만들고 있다. 정치인의 한 사람으로서 국민께 죄송하고 원칙과 약속이 지켜지는 참 정치의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작금의 사태에 임하고 있다.
세종시 문제는 그동안 정부의 일방적 홍보 논리에 의해 오해와 혼란을 야기시켰으나 차츰 그 진실이 알려지면서 국민여론도 원안 지지가 높아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며 아무리 정부에서 힘을 써도 국회본회의 통과는커녕 상임위와 상임위 법안 소위에서부터 법안 통과 가능성은 제로다.
그러나 아직도 무모하고도 무책임한 세종시 수정안을 주장하는 사람이 있어 그 부당성을 밝히고자 한다. 첫 번째, 수정안 주장의 근거는 세종시의 효율성이라는 경제적 접근과 노무현 전 대통령의 대못 뽑기라는 정치적 접근으로 요약해 볼 수 있다. 효율성 문제는 다시 말해 세종시 원안과 수정안 중 어느 것이 국가이익이나 국가 백년대계에 더 맞는 정책이냐의 문제인데 이것은 보는 시각에 따라 논쟁의 대상이 되는 문제다. 즉 부처 이전에 따른 비효율성과 수도권 과밀화에 따른 비효율성의 상대적 비교를 단정적으로 말하기란 어려운 것이다.
또한 노무현 전 대통령이 박아 놓은 대못을 뽑아야 한다는 정치논리는 대단히 비이성적일 뿐 아니라 한나라당으로서는 결정적인 자기모순을 드러내는 것밖에 안 된다. 사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집을 짓자고 제안을 했을 뿐이고 여야가 함께 못을 쳐가며 세종시법을 만들었다. 그리고 그 집에 결정적인 대못을 박은 것은 한나라당이다. 즉 선거 때마다 지키겠다고 국민에게 약속해왔고 특히 대선 때 이것을 반드시 지키겠다는 대못을 박은 것이다. 이렇게 한나라당 자신이 대못을 박아놓고 이것을 스스로 뽑아내 자기 집을 부순다면 앞으로 어느 국민이 집 짓는 일을 맡기겠는가?
두 번째는 당론의 문제다. 세종시 원안 당론은 보통의 당론이 아니다. 법제정 5년이 지났고 선거 때 표까지 받아 당선된 그야말로 움직일 수 없는 당연한 현실을 일반당론으로 보는 것 자체가 잘못인 것이다. 한나라당의 현 당론은 원안추진이고 이것은 선거를 치르면서 대못까지 박은 약속인데 이것을 수정하자는 주장이야말로 명백한 해당행위이다. 그러함에도 당 지도부가 해당행위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를 생각하기는커녕 지도부 스스로가 해당행위에 앞장서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서글퍼지기까지 한다.
세 번째는 현실을 부정하는 독선과 오만이다. 세종시 수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누울 자리를 보고 다릴 뻗으랬다고 안 되는 수정안을 갖고 당내 논의를 장기화하려고 하거나 표결을 시도한다는 것은 당내 분열과 갈등만 일으킬 뿐 그 어떠한 실익도 없다. 그럼에도 당 지도부가 앞장서는 행태는 참으로 이해할 수 없는 무책임한 당 운영이 아닐 수 없다.
이왕 필을 들었으니 몇 가지 더 짚어보자. 첫째, 세종시 문제로 각자의 견해가 다르고 충돌할 수 있지만 근거 없는 비방이나 인신공격을 해서는 안 된다. 특히 다른 사람의 가치나 신념을 자기 수준이나 잣대에 맞추어 “당신 생각도 내 생각과 같을 것인데 정치적 계산 때문에 다른 얘기하고 있다”는 식의 발언이야말로 교묘한 음해이며 인신공격이란 점을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이다.
둘째, 국민을 속이거나 국민의 판단에 혼란을 가져오도록 하는 왜곡되고 과장된 홍보를 하여서는 안 된다. 세종시 원안에는 수정안의 내용을 그대로 담고 있다. 단지 행정부처 이전만을 뺀 것이다. 그런데 세종시 원안이 빈 껍데기뿐이라고 하고, 원안대로 추진되면 나라가 거덜날 거라고 하는 것은 명백한 거짓말이고 지나친 왜곡 과장인 것이다.
셋째, 국회의 자존과 권위를 지켜야 한다. 국회의원은 국민의 대표이다. 국회의원이 만든 법이고 선거 시 대국민 약속을 했으며 집권 후에도 이것을 꼭 약속대로 추진하겠다고 해온 것을, 정부에서 못하겠다고 하는 것에 대해 준엄한 질타는 못할망정 당대표까지 나서서 이에 동조하는 모습은 이미 당의 존립자체를 부정하는 것이고 또한 국회의 자존과 권위를 스스로 짓밟아 버리는 일인 것이다. 더욱이 국회에서 제정하여 시행중인 사항을 다시 국민투표로 하자는 주장은 스스로가 국민의 대표가 아니라고 선언하는 것과 같은 것이다.
결론적으로 세종시 문제는 더 이상 소모적 논란을 접고 원안대로 추진되어야 한다. 그렇게 될 때 한나라당은 국민에게 더 큰 신뢰와 사랑을 받을 수 있음을 확신한다.
유정복 (국회의원·한나라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