탤런트(talent) - 재능(才能)이란 뜻이다. 원래의 뜻은 딱히 배우가 아니더라도 어떤 분야에 뛰어난 소질이 있으면 탤런트라고 부를 만하지만, 요즘이야 TV에 활약하는 배우로 한정한다.
막장 드라마란 신조어(新造語)까지 생길 지경이고, 커피 자판기 혹은 포장마차 같은 곳에서 곧잘 드라마가 화제가 되는 것을 보면, 소위 TV 연속극은 우리네 일상에 깊이 자리 잡은 지 오래되었나 보다. 서민들로 보아서는 돈 안들이고 시간 보내는 데는 딱이다.
1983년도 방송된 MBC의 사랑과 진실이란 드라마가 있다. 시청률 76%를 넘나들었다고 기록되어 있는데, 물론 지금처럼 채널이 다양하지 않았기 때문에 선택의 여지가 좁아서 이처럼 경이적인 시청률을 올렸다고 할 수 있다. 참고로 얼마 전 “아이리스”가 35.5%, 김연아 선수의 올림픽 피겨 중계가 36.2%로 나타났으니 사랑과 진실은 요새 말로 대대박이 난 셈이다.
이야기가 너무 빙 둘렀다.
임채무. 사랑과 진실의 남자 주인공이다. 요즘 인기 있는, 드라마 “살맛납니다.”에 파쇼 시아버지로 출연하는데 친구의 친구 사이로 알게 되었다. 옛날 직장 때문에 알게 된 딴따라(좋은 의미) 친구가 많이 있지만, 지금은 부부간 한해를 보내는 망년회도 함께 하는 가까운 사이가 되었는데…….
올해로 환갑 -. 그러나 누구든지 그렇게 보질 않고, 본인도 신체 부위별로 연령이 다르다고 주장한다. 머리에서 발끝으로 내려 갈수록 젊다나? 확인 해 볼 방법은 없고……. 특히 정신 연령은 20代라고 큰 소리 치는데, 가끔 순수한 치기(稚氣)를 볼 때는 10代라고 봐줄만하다.
유인촌 문화체육부장관과 탤런트 공채 동기인데, 원체 생각이 조밀(稠密)하고 가정적이어서, 살림도 상당히 일구어 놓았다고 한다.
입버릇처럼 하는 말, “마누라와 여행도 다니고, 좀 여유 있는 생활을 해야 하는데, 이거 밤낮으로 녹화 장에 뛰어다니고 사는 것이 이게 아닌데......” 출연하고 있는 “살맛납니다”와는 전혀 다른 앓는 소리를 한다. 음반도 열장 넘게 발매할 정도로 노래 솜씨도 뛰어난데 참으로 계산적이질 못한 순수한 면이 있다.
“노래 불러서, 돈 좀 벌었겠네”라고 하면, “음반 회사 사장한테 술 한 잔 얻어먹고 끝냈지, 요즘 음반시장이 원체 불황이라서 아득 바득 계산할 수 없더라고......”
얼마 전, 경남(慶南) 창원(昌原)에서 친구의 출판기념회에 모였는데, 요즘 드라마 때문에 엄청나게 바쁠 것 같은데 참석했다. 그리고 무대 위에서 멋들어지게 노래 한곡을 뽑았다. 제목은, “아내에게 바치는 노래” “어떤 행사에서도 노래 부르면 오백만 원가량 받지만, 오늘은 완전히 서비스입니다. 오늘 책을 출판한 이 친구가 그 만큼 소중하기 때문입니다.” 간주가 나올 때 슬쩍 슬쩍 허리도 흔들어 주고, 눈을 지그시 감고……. 거칠어진 손마디가 너무나도 안타까워서……. 아주머니들이 열광한다.
친구들을 태우고 직접 운전하기에 이유를 물었더니, “기사가 있으면 분위기가 깨지기 때문에......”
쉬운 일이 아니다. 친구란 말은 참으로 추상적이면서 이기적일 수도 있다. 요즘 우정이란 말도 사라져가지만, 이 단어 자체도 이해관계가 엇갈리면 표독(慓毒)한 사이로 변해 버리는데……. 이처럼 주위 사람을 배려(配慮)하는 마음, 진정 쉬운 일이 아니다.
술을 엄청나게 마신다. 이제껏 한 번도 술자리에서 먼저 일어난 적이 없다고 큰 소리 친다. 그리고 술자리에서 좌중의 웃음도 적당히 조절하는 기술도 있고, 그것보다 더욱 놀라운 것은 그처럼 밤이 짧다고 술을 마신 후에도 친구들 가운데 아침에 제일 먼저 일어나서 운동을 한다.
매일 아침 발목에 모래주머니를 달고 한 시간 가량 구보를 한단다.
“우리가 퇴직금이 있나, 몸 하나가 재산인데…….” 하여간 정신력이 놀랍다. 월급쟁이로 몸이 굳은 사람은 흉내를 내려고 해도, 어림없다. 근처에도 못 간다.
처음 데뷔해서 10년쯤 무명으로 고생 많이 했다고 한다. 그래! 걷기 전에 넘어지는 법부터 배우는 사람이 오래 간단다.
이 친구와 함께 하면, 모든 사람들의 주목을 받는지라 소외되고, 섭섭한 마음이 들지만, 이런 완성(完成)에 가까운 사람이 어디 흔한가?
참말로 재능 있는 진정한 탤런트이다. 부디, 세월을 거꾸로 먹기를 바랄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