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가 최근 공개되며 경기교육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전국 시도별 초·중·고생을 대상으로 실시한 학업성취도 평가에서 경기도가 최하위권을 기록하며 도내 교육 관계자들과 학부모들의 간담을 서늘케 했다. 이에 최근 발표된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를 심층 분석하고, 경기교육에 대한 문제점과 향후 방안에 대해 모색해 본다.
▲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 분석
교과부는 지난해 10월 전국 초등학교 6학년(64만명/경기 16만명), 중학교 3학년(65만명/16만명), 고등학교 1학년(64만명/15만명) 등 총 193만명을 대상으로 국어, 사회, 수학, 과학, 영어 등 5개 과목에 대해 학업성취도 평가를 실시했다. 교과부가 지난 3일 발표한 평가 결과에 따르면 전반적으로 기초학력 미달 비율이 줄어드는 등 학력은 다소 향상됐으나 지역별 격차는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도는 기초학력 미달 비율(5과목 평균)이 초6학년 2.1%로 공동최하위, 중3학년은 7.8%로 13위, 고1학년은 7.5%로 15위를 기록하며 기초학력 미달 학생에 대한 대책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또한 보통 학력 이상 학생들의 비율도 경기도 초6학년 79.2% 15위, 중3학년 61.8% 14위, 고1학년 59.3% 15위를 기록하는 등 극히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지역에 따라 기초학력 미달 비율이 큰 격차를 보인다”며 “농산업촌 및 저소득층 지역, 신도시 개발 등으로 학생의 전출입이 많은 지역의 기초학력 미달 학생 비율이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또 “학습에 대한 흥미도가 낮고 학부모의 관심을 적게 받은 학생일수록 평가 결과가 안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 경기지역 교육현황의 문제점
학업성취도 평가에서 경기도의 기초학력 미달 학생 비율이 높다는 것은 일선 학교에서 이 학생들에 대한 교육이 원활히 진행되지 못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기초학력은 여러 교과를 터득하기 위해 학습의 초기 단계에 습득해야 하는 기초능력으로 학습 발달의 토대가 된다. 그래서 교사들이 더 많은 신경을 써야 하지만 현재 경기도의 교육여건에는 많은 한계가 있다.
김모 전 초등학교장(남양주)은 “학교 교사들은 학생에 대한 학력 신장을 신경쓰기보다 교육청의 다양한 사업을 수행하는데 힘을 쏟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또 “이번 학업성취도 평가는 교육청의 구태의연한 교육행정에 따른 결과”라며 “교육청 사업에 일선 학교 교사들이 끌려다니다보니 정작 학생들의 학력 신장에 집중할 수 없게 된다”고 지적했다.
또한 이번 평가에선 사교육비 지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용인, 안양, 군포, 수원, 성남 등 대도시를 중심으로 성취도가 높게 평가된 반면 포천, 평택, 여주, 이천, 가평 등 농촌지역은 기초학력 미달학생이 상대적으로 많아 도농간 심각한 교육격차를 보였다.
박춘성 숭실대 아동교육과 교수는 “이번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는 경기도의 경제적 양극화 현상과 관계가 있다”며 “아이들이 생활환경과 밀접하게 연관된 가정 경제는 학력 향상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학생들의 학습 환경 변화를 위해선 사회 전반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며 “지자체와 사회단체들이 적극 나서 학생들의 올바른 교육환경을 마련하고 도농격차를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 경기교육 향상을 위한 방안
도교육위원회 최운용 위원은 “우수학생들을 배양하기 위해선 도교육청에서 관내 교원들의 수업 질 향상을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며 “학교 수업과 정규 교육 프로그램 예산을 늘려 학생들이 학력 향상에 전념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규수업과 학교 프로그램을 다양화하고 학생들의 눈높이에 맞는 교육방식을 시행하기 위해선 그에 대한 예산 확보가 우선돼야 한다. 또한 학생들의 학력 신장에 있어 ‘공부하고 싶은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입장이 사회 각계에서 제기되고 있다.
참교육을 위한 전국 학부모회 김부정 파주지회장은 “틀에 박힌 교육내용과 방식으로는 현재 공교육의 한계를 넘어설 수 없다”며 “지역특성과 학생들의 수준에 맞는 다양한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김부정 회장은 경쟁위주의 획일화된 교육방식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며 아이들의 인성과 창의성 향상을 위한 종합적인 교육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경기도교육청은 도내 학생들의 학력 향상을 위한 정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도교육청 박경석 교육국장은 “앞으로 경기교육에 대해 지역사회, 학부모, 학생들의 신뢰를 형성할 수 있도록 장기적인 계획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