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 ‘일기를 구기다’, ‘그 인연에 울다’를 펴낸 양선희 시인의 에세이집. 어느 날, 어머니를 모시고 동네 의원을 찾은 양 작가는 어머니가 의사를 붙들고 주저리주저리 한참 동안 이야기를 늘어놓는 걸 보면서 어머니의 진한 외로움을 느낀다. 그리고 어머니의 외로움을 덜어주기 위해 예쁜 풍경을 사진으로 찍어 편지와 함께 보내기로 마음먹는다.
‘엄마 냄새’는 시인이 어머니를 생각하며 1년 6개월여 동안 찍은 사진과 편지를 묶은 책이다. 속절없이 늙어버린 엄마를 바라보는 애잔함과 사랑이 시인의 감성과 어우러져 있다. 글 속에서 시인은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죄 일러바치는 어린 딸이 됐다가, 엄마의 낡은 삶을 보듬는 보호자가 되기도 하며, 두 아이를 키우는 또 한 사람의 엄마가 되기도 한다.
유난히 꽃을 좋아했던 어머니를 둔 덕분에 사진과 글의 많은 부분이 꽃 사진과 꽃 이야기이다. 하지만 시인은 말한다. 이 세상 모든 꽃향기를 일순간에 무색케 하는 냄새가 있다고. 그것은 다름 아닌 ‘엄마 냄새’라고. 늙은 엄마와 중년의 딸이 나누는 교감과 애정 외에도 우리의 남루하고 비루한 일상과 눈에 잘 띄지 않는 작은 것들을 바라보는 시인의 따뜻한 시선을 느낄 수 있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