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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룡문] 큰 별을 잃다

이창식 주필

법정 스님이 입적했다. 속세 나이 78세다. 법정 스님은 1932년 땅끝 마을 전남 해남에서 태어나 1954년 송광사에 출가했다. 쌍계사, 해인사 등 국내 명찰을 거쳐 출가 본사(本寺)인 송광사로 다시 돌아와 한줌의 재가 되기까지 56년이 걸렸다.

법정 스님은 서울 길상사에서 운명했다. 길상사는 서울 장안의 한량들이 기생들을 껴안고 주지육림 속에서 흥청망청대던 고급 요정 대원각을 개조한 절이다. 1996년 당시 시가로 1천억원 대의 땅과 건물을 아무런 조건 없이 시주한 김영한 보살의 용단도 놀랍지만 이를 받아들여 시민운동단체인 ‘맑고 향기롭기’의 근본 도량으로 활용한 법정 스님의 결단도 예사 일은 아니였다. 법정 스님은 생존에 이곳에서 단 하룻밤도 머물지 않았다. “내 절이 아니다”라는 이유에서였다.

오직 입적당일(11일) 낮 12시 30분쯤 길상사에 도착해 그날 오후 1시 51분쯤 조용히 눈을 감은 뒤 12일 낮 12시 송광사로 떠나기까지 길상사에 머문 시간은 만 하루 밖에 되지 않았다.

법정 스님의 참선 수행은 차원이 달랐다. 1967년 동국역경원 편찬부장으로 역경(譯經) 일을 시작하면서 학승(學僧)의 길로 들어섰다. 1975년 출가 본사인 송광사 뒷산에 불임암을 짓고 글쓰기에 전념하게 되는데 이 때부터 ‘무소유’, ‘산방한담(山房閑談)’, 버리고 떠나기’, ‘아름다운 마무리’ 등 수많은 에세이를 발표했다.

특히 법정의 대표작으로 유명한 ‘유소유’는 좀더 많은 것을 가지려는 자와 턱없이 많은 것을 가지고 있는 자 모두에게 소유가 얼마나 큰 업보인지를 일깨워주었다. 법정 스님은 무소유를 실천했다. 수십억원의 인세(印稅)로 수백명의 고학생에게 학자금을 주었지만 베푼 자가 누구인지 밝히지 않는 무상포시(無相布施)를 했다.

법정스님의 다비는 장엄했다. 그는 세상 모두의 동무였고 형제였으며 언행일치가 뭔지를 가르쳐 준 참스승이었다. 법정 스님이 남긴 교훈은 향후 세기를 사는 중생들에게 영원한 교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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