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0.07 (화)

  • 맑음동두천 25.8℃
  • 구름조금강릉 27.3℃
  • 맑음서울 26.6℃
  • 구름많음대전 25.0℃
  • 흐림대구 22.6℃
  • 흐림울산 23.8℃
  • 구름많음광주 24.8℃
  • 흐림부산 27.2℃
  • 구름조금고창 25.2℃
  • 제주 24.5℃
  • 맑음강화 25.7℃
  • 구름많음보은 24.4℃
  • 구름많음금산 25.9℃
  • 구름많음강진군 26.3℃
  • 흐림경주시 22.1℃
  • 구름많음거제 25.3℃
기상청 제공

[사설] 아름다웠던 ‘무소유’의 한평생

“번거롭고 부질없으며 많은 사람에게 수고만 끼치는 일체의 장례의식을 행하지 말라. 관과 수의를 따로 마련하지도 말며 평소의 승복을 입은 상태로 다비해달라.”는 말을 남기고 법정스님이 지난 11일 열반했다. ‘무소유’를 실천한 이의 마지막답다. 그분의 제자를 자처했던 소설가 정찬주씨는 한 매체에 발표한 글에서 ‘관념적이고 맹목적인 선(禪)을 거부하신 스님이야말로 한국의 수행자가 어떤 길을 가야 하는지를 말없이 보여준 분’이라며 ‘스님께서 보여주신 맑은 모습 속에 한국불교가 다시 태어나는 길이 있다고 확신 한다’고 밝혀 공감을 얻었다.

“일체의 장례의식을 거행하지 말라”는 법정스님의 평소의 말에 따라 뜻에 따라 조계종과 법정스님의 출가본사인 송광사, 법정스님이 창건한 길상사 에서도 별 다른 장례행사 없이 13일 오전 11시 송광사에서 다비식을 거행 했다. 그러나 법정스님을 그리워하는 수많은 사람들은 천리 먼 길을 마다않고 송광사까지 가서 그분의 몸이 이승에서 한줌 재로 돌아가는 현장을 지켜봤으며 일부는 서울 성북동의 길상사에서 분향을 했다. 한 승려의 열반에 왜 이렇게 많은 국민들이 슬퍼하고 아쉬워할까? 그것은 그분이 무소유의 철학을 삶의 바탕으로 올곧은 수행을 해왔고 일반인들이 쉽게 읽을 수 있는 영혼의 글을 쓰는 등 대중에게 마음을 열었기 때문이다.

또 종교의 벽을 깨는 관용을 실천함으로써 더욱 존경을 받았다. 천주교나 개신교, 원불교 등 이웃 종교에 대해서도 담을 쌓지 않고 소통하는 모습에 많은 국민들은 감동을 받았다. 스님은 김수환 추기경이 생존해 있을 때 길상사 개원 법회에 초대하는가 하면, 자신도 명동성당에 가서 강연을 했다. 천주교 신문에 성탄메시지를 기고하기도 했는데 '마음이 가난한 사람은 복이 있나니 하늘나라가 그들의 것'이라는 성경구절을 인용하고 끝에 '아멘'이라고 썼던 사실은 지금도 세간에 회자되는 유명한 이야기다.

끊임없이 증오와 단절로 갈등을 일으키는 이 세상에 맑은 부처의 모습으로 오셨던 법정스님을 잃은 것은 우리 국민과 국가의 큰 손실이다. 이제 법정스님을 열반을 생각하면서 바야흐로 지방선거로 들썩이는 우리나라의 이전투구와 같은 정치판을 들여다본다. 민주 정치의 본질은 갈등의 민주적인 해결이지만 우리나라는 그렇지 못하다. 법정스님이 평생 실천해왔던 화해와 소통 정신이 참으로 아쉽다. 그래서 법정스님이라는 큰 어른의 상실에 더욱 가슴 아프다.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