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추시대 때 제나라의 수상 관중(管中)은 백성들의 의식주를 넉넉하게 만들고 나라를 튼튼하게 하여 환공(桓公)이 패자가 되도록 도왔다. 공자는 그의 공적을 매우 높이 평가했다.
그의 말과 행적이 많이 수록된 책 ‘관자(管子)’에 이런 구절이 있다. “창고에 곡식이 가득차야 예절을 알게 되고 먹는 것과 입는 것이 넉넉해야 명예와 수치를 알게 된다.” 즉 ‘의식족즉지영욕(依食足則知榮辱)’이다.
오늘날 우리나라는 쌀이 남아돈다. 비싼 외화로 수입한 밀가루, 옥수수도 넘쳐나기는 마찬가지다.
생산과 수입은 자꾸 느는데 소비가 줄기 때문이다. 1960년대 초까지만해도 보리고개라는 것이 있었다. 식량이 동이나 굶기 일쑤였다. 대안은 초근목피(草根木皮)였다. 관중은 먹을 것이 넉넉하면 예절을 안다했는데 우리는 예절 따위를 아랑곳하지 않는다. 배고파 죽겠다던 탄식이 배터져 죽겠다로 바뀌었지만 동방예의지국은 동방무례지국으로 변하고 말았다.
예절은 배워야 익힐 수 있다. 그런데 예절을 가르치는 곳은 찾아 볼 수 없다. 옷도 남아돈다. 옷이 날개라고 너나없이 좋은 옷만 골라 입다 보니 붕어빵 같다며 옷벗기 경쟁이 시작됐다.
많이 벗어서 노출 부위가 많으면 많을수록 몸값이 오른다. 배부르고 옷 잘 입으면 예절을 알고 명예와 수치를 깨닫는다고 했는데 우리는 거꾸로 가고 있다.
경기도가 ‘3무3친 음식특화거리’ 사업을 벌인다고 한다. 3무(無)란 남은 음식 재탕과 원산지 허위 표시 안하기, 화학조미료와 트랜스지방 안쓰기이고, 3친(親)은 친환경, 친인간, 친건강이다.
우선 안산 댕이골 등 여섯 군데를 7월까지 시범 운영한 뒤 5곳을 골라 특화거리를 지정하고, 2015년까지 30곳으로 늘려나갈 계획이다. 사족을 달곳도 없이 바람직한 아이템이다. 먹거리 안전이 중요하다는 것은 두 말할 나위 없다.그러나 건강에 좋은 음식만 먹고 예절과 명예와 수치를 모른다면 이는 식욕을 부추기는 것 말고는 별 의미가 없다. 관중의 치세(治世) 철학을 본받을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