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과 미술관을 보면 그 나라 또는 지역의 문화 수준을 알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박물관과 미술관은 국가 또는 지역의 얼굴이면서 품격을 대표한다고 할 수 있다. 경기도에는 114개의 박물관과 미술관이 있을 것이다. 경기도 인구 1천100만명에 비하면 9만6천500명당 1개꼴이다.
선진국이나 선진 도시에 비하면 적은 편이지만 지금은 숫자를 논할 때가 아니다.
최근 경기도가 114개 박물관과 미술관 가운데 박물관 84곳과 미술관 26곳 등 110곳(공립 30곳, 사립 80곳)을 대상으로 지난 한 해 동안의 입장객 수를 조사해 봤더니 527만8천381명이 입장한 것으로 집계됐다고 한다.
1곳당 평균 4만7천985명 꼴이다. 공립과 사립으로 나누면 공립 입장객이 6만6천453명으로, 4만1천59명에 그친 사립보다 약간 많다. 문제는 평균 입장객 수가 아니라 시설당 실제 입장객 수에 있다.
110곳 중 40곳은 1년 동안 입장객 수가 1만명이 채 안 됐다. 그 가운데서도 11곳은 1천명에 미달했다니 충격적이다. 1만명이면 개관 일수를 300일로 쳤을 때 하루 33.3명, 1천명 일 때 3.3명에 불과하다.
이쯤되면 박물관 또는 미술관 칭호를 내세우기 부끄러운 수준이다.
도내 박물관과 미술관이 시민들로부터 외면 당하는 데는 몇가지 이유와 문제점이 있다. 볼거리가 빈약한 것이 첫째이고, 시설 부실과 서비스 부재가 둘째다.
박물관이던 미술관이던 전시물을 보강하려면 지속적인 투자로 소장품을 늘리고, 특별 기회전 따위를 마련해 시민으로하여금 관심을 갖게 해서 발길을 돌리게 해야 하는데 공·사립할 것 없이 소장품 매입을 위한 투자는 어려운 상태라는 것 모르지 않는다.
도는 기획 전시에 한정했던 재정 지원을 공연 및 교육프로그램까지 범위를 넓히고, 학생에게만 3천원을 지원하던 것을 3천원+초과액 50%로 늘릴 계획이라고 한다. 재정 지원을 하기로 한 것은 다행이다. 그러나 박물관과 미술관의 전시내용이 질적으로 향상되지 않는 한 입장객 유치는 희망사항일 뿐이다.
특히 사립의 경우 개인의 희생이 크다는 것 너무나 잘 안다. 그러나 하루 세 네명이 입장하는 경우라면 통합이나 매각 등을 고민할 때가 되었다고 본다. 있으나마나한 것은 없는 것보다 못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