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6시에 관공서 문이 닫히면 그 다음날 아침 9시까지는 열리지 않는다. 근무시간을 넘겨서까지 문을 열고 있을 공무원도 없을뿐더러 설령 그럴 필요성이 제기되었더라도 그것은 불가능한 일 쯤으로 알고 있었다. 그러나 공직사회의 고정관념을 깨는 과히 혁명에 가까운 일이 안산시청에서 벌어졌다. 1년 365일 민원실을 개방하는 ‘원더플 25시 안산시청’이 문을 연 것이다.
반세기를 넘어가는 내무행정 사상 초유의 사태로까지 비유되는 안산시의 25시 시청은 지난해 11월 11일 개청한 이후 하루 평균 300백건이 넘는 민원을 처리했다고 하니 ‘민원혁명’이라는 수식어가 부족할 정도다. “그동안 우리는 변화에 뒤떨어진 행정 패러다임을 고수하며 시민들의 눈높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며 “시민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찾아 살피는 섬김행정을 앞장서 실천해야 한다”고 강조하던 박주원 안산시장의 행정철학의 결과였다.
박 시장은 연초에 섬김행정의 연장선상에서 25시 보건소 개청을 준비하라는 주문을 했다. 관계공무원들은 느닷없는 25시 보건소 개청에 난색을 표했다고 한다. 의사관련기관의 반발이 물을 보듯 뻔했기 때문이다. 의사협회에서는 국회를 통해 보건소의 진료기능을 대폭 줄이고 예방기능 위주로 전환하는 보건소 기능 축소를 위한 입법활동에 돌입한 상태였다. 의사협회 게시판은 안산시의 25시 보건소를 반대하는 댓글이 줄을 이었다. 심지어는 보건복지가족부의 반대에도 시달려야 했다.
그러나 안산시는 뜻하지 않은 복병을 만나 의지가 꺽인 것에 대해 허탈해 하고 있다. 안산시는 단원구보건소를 25시 보건소 체제로 변경해 오는 4월 1일 문을 열 계획을 세우고 이에 필요한 예산 3억4000만원을 시의회에 제출했으나 지난 12일 열린 시의회 본회의에서 전액 삭감돼 사실살 무산된 것이다. 시의회는 지방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선심성 논란을 불식시키고 보건소의 진료행위에 반대하는 의사들의 요구가 있어 예산을 삭감했다는 궁색한 변명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5시 보건소 개청소식이 전해지자 시민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반월.시화국가산업단지 근무자를 비롯, 늦은 밤에 몸이 아파 찾아오는 서민들이 저렴한 비용으로 진료를 받고 처방전을 받아 갈 수 있어 크게 환영했다. 25시 보건소를 벤치마킹 하려는 지방자치단체의 문의도 빗발쳤다. 그러나 결국 안산시민들이 고대하던 25시 보건소는 무산됐다. 75만 시민의 대표기관 이라고 자부하던 시의회에 의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