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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룡문] 곡직(曲直)

이창식 주필

“자연이 만든것 치고 아름답지 않은 것이 없다.” 테니슨의 말이다. “자연은 신이 만든 최고의 예술품이다.” 단테의 말이다. 노자(老子)는 곡즉전(曲卽全)이라고 했다. 곧은 나무는 일찍 잘려서 재목으로 쓰이지만 굽은 나무는 제수명을 다한다는 뜻이다. 사람도 그렇다. 너무 직선적이면 꺾이지만 원만하면 당장은 아니더라도 발전의 기회를 얻을 수 있다. 우리 속담에도 “굽은 나무가 선산(先山)을 지킨다”는 말이 있다. 젊어서 속썩이던 자식이 도리어 효자 노롯을 한다는 뜻으로 풀이해도 무방할 것 같다. 자연은 직선을 용납하지 않는다. 산등선, 물줄기, 바닷가 할 것 없이 줄 친 것처럼 곧은 것은 없다. 한결같이 구불구불하거나 벌레가 기어간 자국처럼 비뚤어지고 휘어져 있다. 고르지도 않다. 평평한 데가 있는가 하면 움푹 파인데가 있고 높은 곳이 있는가 하면 낮은 곳도 있다. 한쪽이 양지바른가 하면 한쪽은 햇볕이 들지 않는 응달로 꾸몄다. 자연이야말로 상반의 미학이라 할 만하다. 인간은 옳고 그른 선과 악을 칼로 물베듯이 자르려 하지만 자연은 우수리(端數)를 존중한다. 시냇물은 소리내며 흐르다 굽에 부딛치면 소리를 내게 했지만 대하는 소리없이 흐르게 했다. 근세 중국의 석학 쩡빤쵸(鄭板橋)는 성격이 강직하고 불의를 용납하지 않았다. 그의 스승은 “대사는 호도해서는 안되지만 소사는 호도할 수 있다”고 타일렀다. 후일 관직에서 물러난 쩡빤쵸는 “총명하기도 어렵지만 호도하기도 어렵다. 총명에서 호도로 넘어가기는 더욱 어렵다”고 했다고 한다.

여기서 호도는 있었던 일을 없었던 일로 덮거나 옳지 않은 것을 옳다고 인정하는 엉터리나 얼렁 뚱땅이 아니라 작은 허물을 문제 삼지 않는 대범함을 뜻한다. 세종시 개정안이 조만간 국회에 제출될 전망이다. 여당은 밀어 부칠 태세이고 야당은 한사코 저지하겠다고 벼른다. 양쪽 모두 직선적이다. 직선만 고집하다 보니까 구불구불하고 들쭉날쭉한 자연의 묘미를 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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