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68) 전 삼성그룹 회장이 24일 삼성전자 회장으로 경영일선에 전면 복귀했다. 삼성그룹 사장단협의회는 세계경제의 불확실성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글로벌 사업 기회를 선점하려면 이 회장의 경륜과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경영복귀 요청 건의문을 지난달 하순 이 회장에게 전달했고 이 회장은 한 달여 고심 끝에 이를 받아들였다고 한다.
삼성 사장단은 도요타 리콜 사태를 지켜보면서 큰 위기감을 느꼈고, 경영의 스피드를 끌어올릴 필요가 있어 이 회장에게 경영복귀를 요청했다는 것이다. 이 회장은 삼성그룹 공식 트위터를 통해 “지금이 진짜 위기다. 글로벌 일류기업들이 무너지고 있다. 삼성도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른다. 다시 시작해야 한다.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앞만 보고 가자”고 경영복귀 소감을 밝혔다.
이 회장은 특별사면과 함께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직을 회복해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 활동에 본격적으로 나섰고,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역대 최고의 성적을 거둬 평창 동계올핌픽 유치 활동에 탄력이 붙으면서 조기 경영복귀 가능성도 점쳐져 왔다. 이 회장이 예상보다 일찍 경영복귀를 결심한 배경에는 빠르게 변화하는 글로벌 시장의 흐름에 뒤처지면 삼성그룹의 앞날이 불투명해진다는 위기의식이 깔렸다고 할 수 있다. 이 회장은 “아직 멀었다. 10년 전에 삼성은 지금의 5분의 1 크기밖에 안 되는 구멍가게 같았다. 까딱 잘못하면 삼성도 그렇게 된다”고 말했을 정도다.
삼성그룹으로서는 이 회장이 삼성전자의 개인 대주주로서 지분이 있고, 작년 말 특별사면으로 법적 논란에서 자유로워져 일부 비판 여론이 있다는 점 외에는 큰 부담을 느낄만한 요소가 없다고 한다면 더는 경영복귀를 늦춰야 할 이유가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여겨진다.
경제계도 이 회장의 경영복귀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전경련은 이 회장의 경영복귀가 “우리 경제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아울러 삼성은 오너의 책임 경영을 통해 또 한 번의 도약을 창조해줄 것을 기대한다”는 논평을 내놓았다.
이 회장의 경영복귀가 우리나라의 간판기업인 삼성이 내부 시스템을 일신해 국가 경제 회복에 견인차 역할을 충실히 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이 회장이 경영복귀에 즈음해 지난달 초 “한국 경제가 한 단계 더 도약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물음에 “전부 열심히 일해야 한다. 싸우면 절대 안 된다”고 한 자신의 말을 되새겨봤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