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녘에는 매화가 만개했다. 매화는 한자의 ‘梅’와 ‘花’의 합성어로 사군자(四君子:매·란·국·죽)의 하나이다. 매화는 만물이 추위에 떨고 있을 떄 가장 먼저 봄 소식을 전해주는 눈 속의 꽃이다. 매화는 사랑을 상징하는 백 가지 꽃 중에서 으뜸이라 했다. ‘백미고사(白眉故事)’는 모란이 부귀, 연꽃이 군자, 난초가 은군자와 귀녀, 국화가 은일자, 해당화가 신선인데 비해 매화는 꽃 중의 우두머리라고 적고 있다. 조선 세조 때의 성삼문은 호를 매죽헌(梅竹軒)이라고 하였다. 단종에 대한 연군의 뜻을 눈 속에 피는 매화로 표상하고, 대나무의 절개의 뜻을 더하여 충신의 의지를 상징한 것이다. 매화나무는 잎사귀가 나기 전에 꽃이 먼저 핀다. 매화의 다섯 잎사귀는 다섯의 성스러운 신을 상징한다. 매화는 소나무 대와 함께 ‘겨울의 세 친구’ 즉 세한삼우(歲寒三友)로 불린다. 청매죽마(靑梅竹馬)라 하면 한 쌍의 연인이 어릴 떄부터 의좋게 지낸 관계를 가리킨다. 또 매화나무는 많은 씨를 퍼뜨린다하여 다산을 상징한다. 수나라 조사웅이 나부산을 구경하다가 해가 저물어 민가를 찾았다. 솔밭 사이로 불빛이 보여 다가갔다. 그런데 소복 단장한 미인이 정중히 맞이하였다. 잔설이 얼어붙은 위로 달빛이 희미하였다.
여인의 말씨는 몹시 청아하고, 향기로운 냄새가 방 안에 가득하였다. 술을 즐기는데 한 녹의동자(綠衣童子)가 나와 춤과 노래로 주흥을 돋우웠다. 조사웅은 술에 취해 쓰러져 잤는데 추위를 느껴 깨어보니 큰 매화나무 아래 누워 있었다. 중국에서 전해지는 설화다.
매화도 한 철, 국화도 한철이라는 속담이 있다. 매화가 아무리 사랑받는 꽃이라 하더라도 그 생명성은 한 철에 지나지 않는다는 뜻으로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란 말도 여기서 비롯됐다. 매화의 열매는 한방에서 약으로 쓰인다. 약성은 따뜻하고 시큼하며 지사, 진해, 구충에 효능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매실로 술을 담가 먹기도 하고, 매화 꽃잎을 넣어 죽을 쑤워 먹기도 한다. 궁중에서는 임금의 대변기를 매화틀이라하고, 똥을 매화라 하였다. 아무튼 만개한 매화는 지금이 제 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