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들의 세계, 인간 두뇌의 비밀, 죽음 이후의 세계, 진화의 수수께끼 등 언제나 독특한 소재와 놀라운 상상력으로 전 세계 독자들을 사로잡아 온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난 2008년 2009년에는 신화, 역사, 철학이 어우러진 대작 ‘신’으로 독서시장을 달궜던 베르베르가 짧은 형식과 새로운 서사 기법을 시도한 작품집 ‘파라다이스’을 내놨다.
‘파라다이스’는 베르베르의 상상력 속에서 탄생한 기상천외한 미래, 그리고 작가 자신의 실제 경험 속에서 나온 역설 가득한 과거의 이야기를 담은 단편집이다.
이 책에 수록된 17편의 독립적인 이야기들은 ‘있을 법한 미래’ 혹은 ‘있을 법한 과거’라는 꼬리표를 달고 엇갈려 등장한다.
‘미래’의 이야기들은 ‘만약’이라는 가정에서 출발한 상상으로 축조된 ‘인류’의 미래다.
담배 한대만 피워도 사형을 면치 못하는 무자비한 환경 독재 사회(환경 파괴범은 모두 교수형)를 시작으로 여자들만 남고 남자들은 전설이 되어 버린 세계(내일 여자들은), 과거를 기억하는 것이 금지된 세상(영화의 거장), 출처를 알 수 없는 농담의 발원지를 끝까지 추적하는 한 코미디언의 모험(농담이 태어나는 곳) 등 베르베르가 아니면 발상해 내기 어려운 미래의 상상이 펼쳐진다.
‘과거’의 이야기들에서는 작가 자신의 개인적 추억을 상당히 대담한 부분까지 공개하고 있다.
지금까지 베르베르가 전혀 다루지 않았던 영역인 데다 완전 구어체 1인칭 서술 등 기법 면에서도 신선한 시도를 하고 있어 특히 눈길을 끄는 부분이다.
불행을 향해 달려가는 기묘한 정신세계를 가진 한 여성과의 연애(남을 망치는 참새), 지방 신문의 연수 기자 시절 살인사건을 취재하며 겪은 황당한 해프닝(안개 속의 살인), 최면을 통한 전생 퇴행으로 기억해 낸 1만 2천 년 전 자신의 사랑 이야기(아틀란티스의 사랑) 등이 소설로 재구성돼 있다.
완전히 독립적으로 보이는 17편의 이야기는 이렇게 맞물려 돌아가는 과거와 미래, 그리고 ‘인간 관찰’이라는 하나의 큰 패러다임, 또 느슨하지만 교묘한 연결을 갖는 소재들의 정교한 배치에 의해서 마치 한 편의 장편소설처럼 읽히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