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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단상] 자살(自殺)은 병(病)이다

 

아침에 할 이야기가 있고, 저녁에 할 이야기가 따로 있는데 가급적 아침에는 우울 지수(憂鬱指數)를 낮추기 위해서 어두운 이야기는 피하려고 하지만 어쩔 수 없구나. 정확히 기억은 없으나, 결혼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할 때 쯤, 집안의 형님 한 분이 정색을 하면서 결혼의 기준 가운데 피해야 할 소위 가이드라인 몇 가지를 주장했다.

“상대 집안의 3代까지는 살펴보아야 한다. 첫 째, 윗대에서 노름으로 패가망신한 조상이 없는지. 둘 째, 소위 알코올 중독자가 없는지. 셋 째, 제일 중요한 것이 조상들 중에 자살한 사람이 없는지.” 특히 셋째, “자살” 건은 매우 중요하다고 했다.

아무리 다른 조건이 괜찮더라도 자살한 집안과는 결코 혼사(婚事)를 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후천적 유전(後天的 遺傳)은 전통이 된다는 말이다.

어느 집에 숟가락 몇 개 정도는 아니더라도, 은밀하게 염탐(廉探)해 보면, 집안의 내력은 소상히 알 수 있었던 시절이다. 요즘이야 불가능하지만 당시에는 가능했다.

조상이 훌륭하면, 집안이 뼈대가 있다고 해서 결코 재산 유무(有無)는 문제가 되질 않았다.

이 대목에서 하나의 진리를 도출(導出)하자면, 조상으로 해 줄 수 있는 후손에 대한 사랑 방법 가운데 최고가 적선(積善)이다. 그런데 자살의 유혹은 여러 종류, 우울증, 생활고, 기질적 유약성. 어떤 사건의 충격, 배신에 대한 증오……. 결코 그 까짓 일로 이렇게 함부로 말할 수는 없거니와, 어떤 이유 건 용납 될 수 있는 자살은 없다.

얼마 전, 최진실 氏의 동생이 자살 했다는 소식이다. 탤런트로, 가수로 꽤 성장할 수 있을 것 같았고, 특히 가난할 때부터 오누이와의 정이 각별했다고 해서 호감이 간 청년인데…….

OECD 국가 중에서 우리나라가 가장 자살률이 높다고 한다.

자살 사망자는 모든 사망원인 가운데 5.2%, 좀 더 구체화 된 수치로는 10만 명당 24명…….그런데 왜 서른아홉의 한창 나이에 살고 있는 집도 그럴 듯하고, 더구나 누나가 없음으로 조카들의 장래에 대한 책임감도 남다를 것 같은 사람이……. 그 어렵다는 연예고시(考試)(?)에도 당당히 통과한 사람이…….

가까이 했던 사람들이 말하길, 누나의 자살로 우울증과 다시 연예계로 돌아갔을 때의 초조함이 겹쳐서……. 참으로 안타깝다.

한 가지 사건이 스냅처럼 머릿속을 지난다. 옛날 방송일을 하고 있을 때, 당시 유명한 가수를 불러서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쇼를 연출했다. 야간의 요란스러운 조명도 특별한 이벤트도 없는 벌건 대낮에 전국노래자랑처럼 가수가 노래 한 곡 부르고 다음 가수가 올라가는 그런 흑백 시대(黑白時代)였다. 당시 최고의 여가수로 갓 스물 되던 文 , 張 모氏 -. 하여간 열광이 대단했다. 요즘 소녀시대보다 훨씬 열성팬이 많았다.

TV에 노출이 별로 없었을 때인지라 얼굴 한 번 보고, 손 한번 잡아 보고자……. 모두 운동장으로 모여들 수밖에 없었다. 무대 뒤에는 옷을 갈아입을 조그마한 공간을 천막으로 막아 놓았는데, 아니 겨우 미성년(未成年)을 벗어난 톱 가수들이 새우깡을 안주로 소주를 마시고 있었다. 최고의 유명 가수들이 깡 소주라……. 더구나, 객석이 만장한 팬들 앞에 솜씨를 보여야 하는 막중한 대사(?)를 앞두고……. 무대에 오를 때 마다, 종이컵에 콸콸 부어서 소위 원 샷을 하는 것이 아닌가?

끝난 후, 뒤풀이 시간에 궁금해서 그 이유를 물었더니, 무대에 오를 때마다 가슴이 콩닥 거려 소주로 불안감을 가라앉히고, 관객들의 반응과는 관계없이 스스로가 느끼길 노래가 잘 되는 날, 못 되는 날이 있는데, 술기운에 고음(高音)처리를 하면 훨씬 높은 음을 낼 수 있다고 했다.

우리에겐 뭐니 해도 인기가 최고라고 했다. 돈은 관계가 없다고 했다. 관중들이 썰렁하면 그리고, 팬들이 사인 부탁이 뜸하면 잠을 못 이루고 죽고 싶다고 했다.

당대 최고의 가수들도 팬들의 관심에서 멀어질까 저리도 전전긍긍하는구나! 그 뒤, 세월이 흘러 두 명 모두 히로뽕인지 뭔지…….

불미스러운 일로 한참 대중들과 멀어지고 지금은 연예계 소식에서 완전히 삭제되었다. 연예인에겐 인기, 사업하는 사람에겐 재력(財力), 그럼 이것도 저것도 아닌 서민들은 인생을 바꿀만한 가치 있는 것이 무엇일까? 답답하다.

동생 수술비용을, 부모님 추석 선물을 살 돈을 걱정하는 그런 평범한 삶은 결코 인생 자체의 당연한 과정이 될 수 없는가?

아, 아 -. 저녁이 되면

자살을 못하기 때문에

술집이 가득히 넘치는 도심(都心)!

- 박남수 시인의 우울한 목소리.

단단히 마음먹어야겠다.

어찌하거나, 인생고해(人生苦海)라 했거늘.

자살은 병이다! 전염성이 강하다! 그리고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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