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로 불법 약탈당한 각국의 문화재를 되찾는 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국제회의가 이집트 카이로에서 7∼8일 이틀 일정으로 열리고 있다. 다른 나라와 공동 전선을 구축해 국제사회에 문화재 반환 여론을 조성하려는 이집트의 제안으로 열렸다. 문화재 약탈 피해국이 이렇게 한 자리에 모여 공동 대책을 논의하기는 처음이라고 한다. 당연히 이런 국제회의에 한국이 적극적으로 참여해 도난 유물에 대한 국제사회의 여론을 환기하는 데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
21개국이 참여한 이번 회의에서 논의될 핵심 이슈는 두 가지다. 각국이 과거 여러 세기 동안 약탈당한 문화재 목록을 종합적으로 작성하는 것과 1970년 제 16차 유네스코 총회에서 채택된 유물의 불법 반출입을 금지하는 협약의 개정이다. 대부분 문화재 약탈이 19∼20세기 초반에 이뤄졌는데도 불구하고 유네스코 협약은 1970년 이전 약탈 문화재에는 소급 적용되지 않아 문제로 지적돼왔다. 프랑스 법원이 반환 소송이 제기된 우리 외규장각 도서에 대해 “파리국립도서관 소유의 국유재산”이라고 어처구니 없는 판결을 내릴 수 있었던 근거도 1970년 이후 약탈 문화재만을 보호하는 유네스코 협약 때문이다. 프랑스가 조선 왕실 서고에서 털어간 외규장각 도서에 대해 엉뚱한 궤변을 늘어놓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도 이 협약의 개정에 국제사회가 박차를 가해야 한다.
문화재청 집계에 따르면 지난 연말 현재 해외의 한국 문화재는 18개국에 걸쳐 총 10만7천857점에 달한다. 일부 국보급 문화재도 포함된 이 귀중한 유물들은 당대에 안되면 다음 수 대에 걸쳐서라도 반드시 환수돼 제 자리에 돌려놓아야 할 것들이다.
이와 관련해 이번 회의 주최국인 이집트의 문화재 반환 노력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집요한 문화재 반환 노력을 통해 이집트는 올해 영국 런던대가 소장한 20만년 전 구석기 유물 등을 환수하는 등 2002년 이후 지금까지 약 3만1천점의 문화재를 돌려받았다고 한다.
우리 정부도 ‘약탈 문화재는 엄연한 우리 재산’이라는 단호한 원칙 아래 소극적이고 미온적인 태도를 버리고, 약탈 문화재를 되찾는 데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이집트 회의에서 제기된 바지만 우선 세계 각국에 흩어져 있는 우리 약탈 문화재에 대한 정확한 목록을 만들어야 하며, 이 목록을 토대로 우리 유물을 되찾기 위해 국가 대 국가 간 협상은 물론 다른 피해국들과 공조해 국제적인 여론을 조성하는 데도 적극 나서야 한다. 이번 이집트 국제회의가 각국이 약탈 문화재를 되찾는 데 중요한 디딤돌이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