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준비하면서 중국정부는 ‘인문올림픽’을 지향하면서 선진시민의식을 국민들에게 요구했다. 그중 인상 깊었던 것은 공공장소에서 가래침 안 뱉기, 새치기 안하기, 거리에서 웃통 안 벗기, 운전 질서 지키기 등에서부터 중국의 치부라고 할 수 있는 화장실 개선, 그리고 자원봉사자들의 헌신적인 봉사였다. 그 결과 베이징 올림픽은 성공적으로 개최됐고 국격을 높이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또 시민의식이 높아짐으로써 중국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데 일조를 했다.
중국과 일본에 다녀온 사람들은 한국의 시민의식이 중국과 일본의 중간쯤이라고 한다. 그만큼 일본인들의 시민의식은 세계 최고라고 할 수 있다. 일본에 다녀온 사람들 가운데 많은 사람들이 가장 부러웠다고 말하는 것이 경제적 발전보다도 타인과 공동체를 배려하는 시민의식이었다고 말하는 것을 종종 듣는다. 그럼 우리나라는? 본보가 연중기획으로 펼치고 있는 ‘GradeUP2010’ 기획기사 중 ‘전철역 쓰레기 무단투기 극성’이라는 기사를 보면 먼저 한숨부터 나온다. 4월 본격적인 행락시즌을 맞아 도내 주요 전철역 선로에 승객들이 버린 각종 쓰레기로 한국철도공사(코레일)가 골머리를 앓고 있어서 승객들의 질서 의식 변화를 호소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루 승객 수가 14만여명에 이르는 수원역의 경우 넘쳐나는 쓰레기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는데 선로에서 수거되는 쓰레기만 하루 평균 360kg, 100ℓ 종량제 봉투만 36개가 사용된다는 것이다. 하루 평균 이용자가 25만여명에 이르는 금정역도 쓰레기 무단 투기를 막기 위해 역사 곳곳에 투명 쓰레기통을 설치했지만 효과가 없고 선로 홈과 역사 바닥, 계단 곳곳에 이용객들이 침이나 담배꽁초를 마구 버려 청소를 해도 깨끗해 지지 않는다고 한다. 이 정도면 선진국이라고 할 수가 없다. 이미 올림픽과 월드컵 등 국제적인 행사를 치른 나라답지 않다. 좀 더 솔직히 얘기하자면 우리나라 국민들의 시민의식은 후진성을 면치 못하고 있다.
쓰레기 문제 뿐 아니다. 교통질서는 더 심각하다. 끼어들기, 교차로 꼬리물기, 횡단보도 정지선 무시, 차창 밖으로 침 뱉고 담배꽁초 버리기 등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광경이 흔히 목격된다. 단속기간에만 잠시 조심하는 모습을 보일 뿐 시간이 흐르면 도로 마찬가지다. 배워서는 안 될 어른들의 이런 몰지각한 모습은 청소년들에게도 곧바로 악성종양처럼 전이된다. 선진국은 경제로만 평가되지 않는다. 그에 합당하게 시민의식도 성숙해야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