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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룡문] 우울증

이해덕 논설위원

실존주의 철학의 창시자인 키에르케고르. 그에게 있어 코펜하겐은 지옥, 그 자체였다. 가난을 원망하며 신에게 저주를 퍼부은 아버지. 목재상으로 부를 축적했으나 죄의식으로 두려움에 빠진 아버지로 말미암아 그의 어린 시절은 산산조각나고 만다. 집안은 불화가 끊일 날이 없었고 그 자신 역시 엉망이었다. 지옥에서 벗어나기 위해 그가 선택한 것은 신학이었다. 그러나 신학을 선택했기에 첫사랑을 포기해야만 했던 그에게 불꽃처럼 짧은 인생은 온통 불안의 기록이었다.

흔히 사람들은 키에르케고르를 가리켜 ‘불안의 철학자’라고 부른다. 그는 소름끼치는 체험적 자기소외 과정을 저서인 ‘불안의 개념’에서 ‘불안’으로, ‘죽음에 이르는 병’에서 ‘절망’으로 각각 분석의 메스를 가하고 있다. 실존주의자들은 특히 염세주의적인 색채가 강하다. 전통적인 철학과 달리 그들은 죽음, 위험, 불안, 권태로움, 모순과 무지로 엮어진 존재인 인간의 현실을 개개인적 실존의 입장에서 설명하려고 노력했다. 20세기 실존주의를 대표하는 하이데거는 당시 만연하던 ‘니힐리즘’을 이용해 존재의 의미에 대한 의문을 새롭게 정립한다. 그리고 스스로에게 묻는다. “존재란 무엇인가?” “모른다.” 처녀작인 ‘존재와 시간’에서 하이데거는 주위에 마음을 뺏겨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타인의 지배하에 들어가 자신을 잃어버리고 획일적으로 변하는 인간상을 그려낸다. 불안과 죽음의 경계에서 체험하는 우울은 자칫 치명적이다.

현대사회가 복잡다변화 하면서 일상의 스트레스도 크게 증가했다. 열 받는 일이 많아지니까 화가 나고, 이를 참으려니까 스트레스를 받는다. 대체로 불안에서 비롯되는 우울증이 심해지면 ‘존재의 의무’를 잊고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도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병원을 찾은 우울증 진료환자는 50만8500 명으로 최근 4년 새 17%가 늘어났다고 한다. 특히 여성이 남성에 비해 2.3배가량 많았다. 상당수가 아직도 정신과 치료에 대한 거부반응을 보이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꽤 심각한 수준이이다. 누구는 사는 것이 별 거 아니라 하고 누구는 사는 것이 녹록치 않다고 한다. 이럴 때는 김상용의 ‘왜 사냐건/웃지요’가 제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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