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하기 때문에 웃는 것이 아니고, 웃기 때문에 행복하다’ 참으로 좋은 말이다.
TV에서 여가수 인순이가 열창하는 모습이나 대담프로그램에서 까만 얼굴에 흰 이를 드러내고 활짝 웃는 것을 보면 덩달아 마음이 밝아진다.
웃음소리도 하이 소프라노, 표정 또한 꾸밈이 없다. 그런 인순이는 어릴 적 사회적 냉대에 애당초 분노 같은 것은 없었을까? 천안함 사건 이후 또 상류 사회에 원정출산(遠征出産)이란 천박한 전염병이 유행병처럼 돌고 있다고 한다.
그럴 때마다 몇 년 전 인순이의 원정출산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한 가지 사회적 현상에 두 가지 감정, 이해와 분노.
그녀가 변명하길, “날 닮으면 어쩌나” 그 아이에게 만은 지울 수 없는 천형 - 혼혈인의 상처를 주기 싫어서 - 그나마 차별이 덜한 미국에서 학교를 다니게 하고 싶어서…. 당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며 회견장에서 굵은 눈물을 흘리면서도 당당하게 이유를 밝히던 모습이 떠오른다.
그 뒤, 거짓말처럼 여론의 화살은 수그러들었다.
그리고 연예인 학력 위조(僞造)가 사회적으로 가십거리가 되었을 때, “가난 때문에 학교에 못 갔다. 고등학교 졸업한 친구들이 너무 부러워 중졸을 고졸로 거짓말 했다. 내 자신과 팬들에게 정직하지 못했다. 죄송하다”
‘죄송하다’ ‘죽을죄를 지었다’ ‘면목이 없다’ 이런 말이 두 번만 되풀이 되어도 식상(食傷)하고, 그 말을 하는 사람을 믿지 못하게 되고, 배타적(排他的) 그룹에서는 세력화(勢力化)해서 끊임없이 공격한다.
대중적인 인기를 먹고 사는 연예인과 정치인에게는 치명적이다.
그러나 인순이의 두 번의 사과성 발언은 어떤 변명보다, 설득력이 있었다. 솔직했기 때문이다.
아무도 그녀에게 계속 돌을 던지지 않았다. 사과를 하는 것은 용기와 겸손함이 베여 있어야 한다. 그늘진 어린 시절이 어떻게 인순이의 잘못인가? 어미의 눈물을 자식에게 물려 줄 수 없다는 절박한 심정을, 그리고 잘못을 시인하는 당당함을 받아줄 최소한 아량을 우리 사회가 가지고 있다는 점이 흐뭇했다.
그러나 이 원정출산이 또 한 번 화제가 된 것은 모 재벌 3세와 아나운서가 세상을 떠들썩하게 결혼한 후, 맏이도 둘째도 미국에서 아이를 낳았을 때는 여론은 비등(沸騰)했고 아직도 섭섭해 한다.
알다시피, 미국은 속지주의(屬地主義) 국가이다. 어느 나라 사람이던 미국에서 아이를 낳으면 미국 시민권(市民權)을 준다. 학교도 공립학교를 갈 수 있고…. 그러나 원정출산의 가장 큰 혜택은 병역의 의무에서 완전히 해방되는 것이다.
미국 시민권을 가진 사람이 왜 한국 군대에 가겠는가?
참으로 지극히 일부겠지만, 탐욕, 이기심, 교활, 천박함…. 그만하자!
얼마 전, 인순이는 카네기 홀에서 참전 용사 100명을 초대해서, “여러 분은 모두 제 아버지입니다” “전쟁 통에 나 같은 자식을 만들어 놓고 평생 무거워했던 짐을 이젠 내려놓으십시오”
시인 유치환(柳致環) 선생은 사랑은 받는 것 보다 주는 것이 더 행복하다고 했는데…. 그녀가 우리에게 무대에서 주는 행복뿐만 아니라 ‘용서’, ‘겸손’, ‘당당함’이 일상에서 주는 기쁨이라 할 수도 있다.
카네기홀 객석의 70%만 차도 전설(傳說)의 무대라고 하는데, 그 날은 만석(滿席)이 되었단다.
“여러 분은 제 아버지”라고 했단다. 이미 참전용사들은 “당신은 내 딸이라고” 했을 것이다.
그녀도 엄연히 군인의 딸이다. 공군 대학에서 특강을 할 때, “외국에 파병 갔을 때 책임지지 못해 씨를 뿌리고 오지 마세요”
피맺힌 절규요, 냉정한 명령이다.
요즘도 인순이가 즐겨 부르는 ‘개여울’이란 노래는 국민 시인 소월의 시에 곡을 붙인 것이다. “당신은 무슨 일로 그리합니까?”날마다 개여울에 나와 앉아서….
향토적 소월의 詩에 혼혈 가수의 노래.
얼마나 오묘한 맛이 있는지…. 나도 참으로 좋아하는 노래이다.
예명이 인순이 인지라 氏자를 붙여보니 너무 어색하지만, 애칭으로 부르는 것이 큰 결례는 아닐 것 같다.
그녀는 당당한 대한민국의 딸이다.
행여 원정 출산을 꿈꾸고 있는 분들은 최소한 당당해라. 어떤 핑계를 달더라도, 그건 기교(技巧)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