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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룡문] 제5열(第五列)

이해덕 논설위원

스페인 내전(1936~1939) 당시 인민전선정부에 맞선 프랑코 휘하의 파시스트 혁명장교였던 에밀리오 몰라 비달은 라디오 방송을 통해 “우리 군대가 이미 4열종대로 마드리드를 포위했고, 시내에 잠복하고 있는 제5열이 내응(內應)할 것이다”고 선언한다. 여기에서 ‘제5열(fifth column)’이란 말이 군사용어로 첫 선을 보인다.

어깨를 나란히 하고 길게 종대(縱隊)로 열을 지어 진군하는 것은 고대 로마군의 전투형태였다. 이 열을 columna(pillar, 기둥 또는 원주)라고 불렀는데 이것이 20세기에 영어로 들어와 스페인 내전에 처음 등장하면서 ‘내부의 파괴활동가’, ‘적과 내통하는 사람’을 뜻하게 됐다. 요즘 말로 흔히 쓰이는 ‘내부의 적’을 말한다.

이 말은 스페인 내전에 국제의용군으로 참전했던 헤밍웨이가 희곡 ‘제5열’을 1938년 발표한 이후 정치용어로도 널리 쓰이게 된다. 참고로 제4열이 외부로부터의 공격군을, 제5열이 내부의 적을 뜻한다면, 제6열은 바로 상대방에게 불리한 유언비어를 내부에 퍼뜨려 제5열을 돕는 사람들을 가리킨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국가를 전복시키려는 비밀집단인 제5열의 가장 중요한 전술은 공격대상이 되는 국가의 전체 조직, 특히 정책결정과 국방 부서에 요원들을 침투시키는 것이다. 핵심 부서를 장악한 뒤 제5열 행동대원들은 첩보활동 및 사보타주 등 기본 전술을 구사하고, 유언비어와 잘못된 정보를 퍼뜨림으로써 국민의 공포심을 유발한다.

지금 우리는 천안함 침몰사건으로 깊은 충격에 빠져 있다. 사건이 발생한지 한 달이 다돼가도록 아직까지 침몰의 원인조차 확실하지 않은 상태다. 원인규명이 지연되면서 온갖 억측이 난무하고 있다. 확실하지 않은 것을 가지고 속단하는 것도 금물이지만 아예 드러내놓고 북한의 대변인을 자처하는 듯 행동을 하는 일부 언론과 정치인도 문제다. 본격적인 선거전에 돌입하면 이들 ‘내부의 적’이 기승을 부릴 것이 뻔하다. 그 어느 때보다 확실한 문단속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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