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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룡문] 슬픈 백석

이해덕 논설위원

‘산골로 가는 것은 세상한테 지는 것이 아니다/세상같은 건 더러워 버리는 것이다/눈은 나리고/아름다운 나타샤는 나를 사랑하고/어데서 흰당나귀도 오늘밤이 좋아서 응앙응앙 울을 것이다.’

향토색 짙은 서정으로 우리 시문학사에 뚜렷한 발자취를 남긴 시인 백석(白石·1912~1995)의 ‘나와 나타샤와 흰당나귀’는 그가 사랑한 여인에 대한 연시다. 함흥 영생고보에서 교편을 잡던 백석은 그곳에서 운명처럼 한 여인을 만나 곧바로 열애에 빠진다. 평생을 두고 사랑을 약속한 백석은 그녀를 ‘자야(子夜)’라는 이름으로 부른다. 그러나 기생이었던 자야는 백석의 부모로부터 외면당하고. 백석은 부모의 강요에 못 이겨 세 번이나 장가를 들지만 매번 뜬눈으로 밤을 지새운 채 자야에게로 돌아간다. 신파조처럼 들릴지 모르지만 사랑을 지키기 위한 도피처로 만주행을 결심한 백석. 세월이 약이라며 나중을 기약하는 자야. 그리고 그것이 이승에서의 마지막이었다.

홀로 만주로 떠나는 백석의 심정은 그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남신의주 유동 박시봉방’에 처연하게 남아있다. ‘어느 사이에 나는 아내도 없고 또/아내와 같이 살던 집도 없어지고/그리고 살뜰한 부모며 동생들과도 멀리 떨어져서/그 어느 바람세인 쓸쓸한 거리 끝에 헤매이었다’ 만주로 떠난 이후 분단으로 인해 문단에서 매몰된 백석이 우리 곁으로 돌아온 것은 지난 1987년, 해금과 함께였다. 그 해 이동순 시인에 의해 ‘백석 시전집’이 출간되자 운명의 여인 자야도 긴 세월 가슴에 묻어온 정인(情人)과의 절절한 사연을 ‘내 사랑 백석’으로 풀어낸다. 함경도 삼수에 있는 농장에서 인민복을 입고 가족과 함께 찍은 백석의 사진이 1997년 한 언론에 의해 공개됐다. 영혼을 빼앗긴 듯 무표정한 백석의 모습이었다. 얼마 전엔 백석이 1960년대를 전후해 북한의 아동지에 기고한 우화시 3편이 발굴돼 지면에 소개됐다. 특유의 서정은 간데없이 노골적으로 북한체제를 찬양한 시 아닌 시였다.픈 백석의 참담한 말로를 보는 것 같아 씁쓸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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