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시 팔달구 장안사거리에서 수원천 방향으로 걷다보면 한옥 창살을 만드는 경기무형문화재 김순기 공방을 지나자마자 오른쪽 골목안에 개인주택을 개조해 만든 미술전시장 ‘대안공간’이 눈에 들어온다. 제1전시장에 ‘김혜신 선생님과 함께 하는 청룡아이들의 리틀 김홍도전’이 열리고 있다.
이 자그마한 전시가 주목을 받는 것은 화성시 비봉면 전교생이 고작 70명에도 못미치는 시골학교에서 15명의 학생들이 김혜신 선생의 지도를 받으며 매일 방과후 2시간씩 그린 그림을 도심지 전시공간에 내다 걸었다는데 있다. 이곳에는 문구점도 없고 그 흔한 PC 방도 없는 낙후된 농촌지역이다.
‘리틀 김홍도’라 이름 붙여진 이들 학생들은 방과후 시간을 이용해 꼬박 두어시간씩을 손에 닌텐도 스틱 대신 먹을 묻힌 붓자락을 들고 열심히 우리것을 배우고 익힌 결과였다. 김혜신 교사는 “완전하지 못함과 매끈하지 못함으로 부끄럽기까지 하지만 그저 그 서툰 작품을 아름다운 시선으로 바라 보면서 어깨 토닥거려 주는 응원의 시간이 되어 주길 염원한다”고 했다.
자그마한 학교에 어떻게 15명씩이나 그림에 재능이 있을까 감탄할 정도로 그들이 내놓은 작품들은 보는이의 눈을 감성에 젖게 한다. 이들은 지난해 ‘청룡아이들의 화성나들이전’이란 제목으로 농촌풍경들이 소담스럽게 담긴 작품들을 이곳 대안공간에 내놓아 호평을 받기도 했다. 이 학교는 미술반이 신설된 지난 2008년 화성교육청이 주관하는 학생예능대회 미술부문 5개 분야 중 4개 분야를 석권하는 등 크고 작은 대회에서 10여개의 상을 받았다. 이같은 소문이 퍼지면서 올해에는 수원, 안산 등 인근 지역의 미술 지망생들이 전학을 오기 시작했고 인근 지역으로 통학버스도 운영하게 됐다. 청룡초교가 농촌학교의 가능성을 열어주고 있는 것이다.
청룡초등학교 리틀 김홍도 전을 작년에 이어 올해도 기획해준 이는 대안공간을 운영하는 김정집, 이윤숙 부부 미술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