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 ‘걷기’ 열풍이 불고 있다. 건강한 자연 식사를 하자는 ‘슬로우 푸드’와 함께 천천히 걷자는 느림의 미학에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 슬로우 시티로 지정된 청산도의 트레킹길이나 제주 올레길, 지리산 둘레길, 강화 나들이길, 구리 둘레길 등에 많은 발길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 이를 증명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느림에 익숙하지 않다. 일제시대 군국주의와 해방 후 혼란, 6.25전쟁, 군사문화의 영향과 성장 위주의 국가 정책으로 인해 사회전반에서 ‘빨리빨리 문화’가 정착됐다.
그래서 삶의 여유를 얻고자하는 여행에서 조차도 배여행이나 도보여행, 자전거 여행 보다는 비행기나 고속도로, KTX 등 빠르게 가는 교통편을 선호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천천히 걸으면서 자연풍광을 감상하고 자신을 되돌아보며 깊은 성찰을 할 수 있는 도보여행이 각광을 받고 있다.
도보여행은 제주 올레길이 붐을 일으켰다. 언론인 출신인 서명숙씨가 시작한 제주 올레길은 제주 여행의 패턴을 바꿔놓고 있을 정도다. 제주여행에서 시작된 도보여행은 이제 내륙으로 확산되고 있다. 우리나라 최북단 지역을 걸으면서 북한 땅과 문화유적, 주상절리 등 절경을 볼 수 있는 걷기 명소 ‘DMZ 트레킹 코스’도 그중의 하나이다.
경기도가 8일 개장한 DMZ 트레킹 코스는 김포시 대명항 함상공원 옆에서 시작된다. 고양, 파주를 거쳐 연천군 신탄리역 ‘철마는 달리고 싶다’라는 표지판이 있는 철도 종단점까지 12개 코스로 총 길이는 182㎞이다. 이 코스를 걷다보면 문수산성과 덕포진, 행주산성, 반구정, 화석정, 숭의전, 호로고루성 등의 문화유적을 만날 수 있어 역사공부도 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한강하구와 임진강 일원의 철새도래지와 임진적벽, 주상절리 지형 등 자연도 관찰할 수 있다. 또 통일전망대 등에서 북한 땅을 바라볼 수 있고, 해안과 강변의 철책 그리고 군 진지 등을 보면서 분단의 고통을 겪고 있는 한반도의 실상을 느낄 수 있는 것이다. 도는 앞으로 민간인의 출입이 통제된 민통선 북방지역을 걷는 행사를 매월 또는 분기별로 갖는 방안도 군부대와 협의해 추진할 계획이라고 한다. DMZ 트레킹 코스에 대한 홍보를 잘하면 또 다른 관광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며 북부지역의 지역경제에도 보탬이 될 것이다.
또 분단의 현장을 걸으면서 안보의식을 높이고 통일에 대한 염원을 다질 수 있을 것이다. DMZ 트레킹 코스는 전세계적으로 유래를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코스이니만큼 산티아고 순례길이나 제주 올레길처럼 유명한 도보여행코스로 정착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