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유행어 가운데 하나는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이란 말이다. 말 그대로 2등과 3등은 없고 오로지 1등만 알아주는 세태를 빗댄 말로써 한 개그맨이 유행시켜 인기를 끌고 있다. 사실 그렇다. 지난번 캐나다 밴쿠버 동계올림픽 때만해도 우리 언론의 초점은 모두 1등인 금메달에만 맞춰져 있었던 게 사실이었다. 그러나 유럽이나 미국은 그렇지 않았다. 그들은 1등에 연연하지 않고 은메달이나 동메달에도 뛸 듯이 기뻐했다. 어찌 보면 우리 사회는 남보다 잘 살아야 하고 더 높은 자리에 올라야 한다는 강박 관념에 사로잡혀 있는 것 같다. 이런 1등 의식이 고등학생들을 대학입시 전쟁판으로 내몰고 있는 것이다. 인문계 고교 뿐 만이 아니다. 실업계, 공업계 등 전문계 고교에도 대학 진학 열풍이 불어 닥쳤다. 본래 전문계고등학교는 대학입시가 아니라 취업을 하기위해 만든 학교이다. 그런데 요즘엔 내신성적이나 특기로 들어갈 수 있는 특별전형을 통해 대학에 들어가기 위한 수단으로 인문계고가 아닌 전문계고를 택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경기도에 따르면 전문계 고교생들의 취업기피·진학선택 현상은 매년 심화되는 추세란다. 도내 전문계고 학생들의 진학률은 84%에 이른 반면 취업률은 10%대에 그쳤다고 한다. 물론 전문계고 학생들이 대학에 입학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다. 취업을 위해 전문계 고등학교에 입학했다 하더라도 공부를 더하고 싶으면 대학으로 진학해야 한다. 문제는 전문계고교의 정체성이 위협받고 있다는 것이다. 전문계 고교는 산업인력을 양성하는 것이 설립 목적이다. 따라서 전문계고교의 학생들이 80% 이상 대학진학을 하는 것은 매우 바람직하지 않은 현상일 수밖에 없다.
이에 5월부터 도가 전문계고 학생들의 취업률을 높이기 위해 ‘전문계고 맞춤형사업’을 실시한다고 한다.
도는 도내 전문계고를 대상으로 참여고교를 모집, 10개교 졸업예정자 315명에 대한 ‘전문계고 맞춤형 취업교육 지원계획’을 확정했다는 소식이다. 전문계고 학생의 취업진로지도와 집중취업 알선을 실시하고 프로그램 종료 후에도 사후관리를 통해 참여자의 취업과 직장적응을 돕겠다는 취지다.
물론 이 사업이 잘되어 청년 실업문제 해결에 기여하게 되기를 바라지만 걱정도 생긴다. 앞에서 지적한 것처럼 ‘1등만 기억하는’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문제가 먼저 해결돼야 전문계고 학생들의 취업기피 현상도 해소될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