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 쿰부히말지역을 트레킹할 때의 일이다. 히말라야 오지의 산길을 걸어가는데 길가에 ‘DONATION'이라는 글자가 적힌 박스 하나가 눈에 띄었다. 얘긴즉슨 길을 닦는데 필요하니 좀 도와달라는 취지였는데, 마치 피안(彼岸)의 세계인양 설산(雪山)이 하늘에 걸려 있는 낯선 땅에서 기부의 손길을 바라던 박스가 문득 생각난다.
기왕에 네팔이야기가 나왔으니 좀 더 해볼까 한다, 히말라야를 여행하다보면 곳곳에 에드먼드 힐러리 경의 자취가 남아있다. 힐러리 경은 경제적으로 어려운 환경에 놓여있는 셰르파들을 돕기 위해 '에드먼드 힐러리 히말리안 트러스트 재단'을 설립하고 수백만달러의 기금을 모금해 120여 차례나 네팔을 드나들며 병원과 학교를 지어줬다. 아름다운 기부의 전형을 보여준 그는 “내가 자랑스러워하는 것은 탐험가로서의 명예보다 네팔을 돕는 것”이라는 말로 대신했다.
우리에게 ‘도네이션(기부)’이라는 단어는 그리 친숙한 편이 아니다. 좀 알은체를 한다면 ‘노블레스 오블리주( Noblesse oblige)’ 차원의 기부를 떠올릴 지도 모른다. 물론 일반인의 성금 모금도 기부행위다. 기부행위가 다양해지면서 요즘 새롭게 눈길을 끄는 것이 바로 ‘재능기부(Talent Donation)’다.
노숙자가 파는 대중문화잡지 ‘빅 이슈(The Big Issue)’ 한국판이 오는 7월5일 창간된다는 소식이다. ‘빅 이슈’는 1991년 노숙자에게 일자리를 주기 위해 영국에서 창간된 주간 대중문화잡지로 현재 세계 38개국에서 발행되고 있다.
‘빅 이슈’ 해외판의 경우 마돈나, 앤젤리나 졸리, 데이비드 베컴 등 인기스타들이 무료로 표지모델로 나서고 ‘해리 포터’의 작가 조앤 롤링이 글을 써 기부하는 등 이른바 '재능기부'로 주목받고 있다. ‘재능기부’란 본래 ‘공익을 위해’라는 뜻의 라틴어 ‘프로 보노 퍼블리코(Pro bono publico)’에서 유래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최근 들어 기업차원에서 간혹 이뤄지고 있다. 한국판 ‘빅 이슈’도 이러한 ‘재능기부’를 적극 활용할 계획이라는데 많은 참여로 물질적인 가치, 그 이상의 기부가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