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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사칼럼] 승부조작이 낳은 ‘e스포츠’의 위기

 

최근 ‘스타크래프트’ 리그에서 프로게이머들이 가담한 승부조작 사건이 밝혀져, 세계를 주도해온 한국 ‘e스포츠’ 산업에 일대 타격이 우려되고 있다.

이번 승부조작을 통해 나올 가장 우려되는 파장은 ‘e스포츠’에서 각본 없는 드라마를 연출할 수 있는 짜릿한 긴장감을 앗아갈 수 있다는 점이다.

이것은 극단적인 경우 ‘e스포츠’를 PC 방에서 즐기는 컴퓨터 게임으로 전락시킬 위험을 내포하는 것이다.

‘스타크래프트’라는 게임은 아직도 중장년층에게는 생소하지만, ‘e스포츠계’에서는 우리나라의 위상을 거의 종주국과 같이 만들어주고, ‘e스포츠’를 신문화·신산업으로 떠오르게 만든 종목이다.

이 게임의 특징은 장기나 바둑 같이 고도의 전략성을 요구하면서도, 마우스를 움직이는 빠른 손동작과 적과 조우했을 때 전술적인 판단력이 필요하다.

전략과 전술이 중요하다는 측면에서 근력 등 육체적 조건과 기능이 중시되는 다른 스포츠와 구별되며 속도감이 높다는 점에서 바둑이나 장기와 차별된다.

특히 게임의 전략성과 고속진행이 화려한 컴퓨터 그래픽과 결부되면서 컴퓨터게임을 ‘하는 게임’에서 ‘보는 게임’으로 만들었고, 이것이 ‘스타크래프트’를 게임에서 스포츠로 진화하게 만든 동력이다.

‘스타크래프트’는 또 많은 스타 게이머를 만들어냈다. 이 종목을 통해 이윤열 선수 등 게이머의 이름이 젊은이들을 열광케 했고, 이들이 연예인보다 더 많은 팬클럽 회원을 보유하면서 청춘의 우상이 됐다. ‘테란의 황제’로 불리던 임요한 선수의 경우 한때 팬클럽 회원 수가 65만 명에 달했고, 현재 이제동 선수의 팬 카페도 10만 명을 상회하고 있다.

컴퓨터 게이머들의 스타성 획득은 경이로운 일이다. 컴퓨터 게임은 지금도 여전히 중독성과 사회적 고립성, 공격성을 배양하기 때문에 가정과 학교에서는 배척되고 있는 분야이다.

이들은 기성사회에서 멀리 떨어진 PC 방에서 겨루기를 통해 성장했고, 청소년들의 열광에 힘입어 게임고수를 뛰어넘어 스타가 됐다.

특히 장외(場外)에서 벌어진 열광과 환호는 기업들을 마켓팅 유혹으로 이끌어 프로팀이 창단되면서, 이들 장외스타들이 제도권으로 진입하게 된 것이다.

이번 승부조작 때문에 또 한 가지 우려되는 점은 이러한 스타시스템의 붕괴이다. 아직도 일부 기성세대는 프로게이머가 청소년들의 우상이 되는 것을 부정적으로 본다. 이 때문에 청소년들도 자신의 우상으로 게이머를 내세우는 것을 꺼리는 경우가 있으며, 이번 사건으로 젊은 팬들이 자신들의 스타를 더욱 드러내지 못하게 만들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e스포츠’는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모델을 가졌다.

2003년부터 KT, SK텔레콤, 삼성전자 등 정보통신분야 기업들이 'e스포츠' 프로 팀을 창단하면서 선수, 구단, 스폰서, 미디어, 관중 등 프로스포츠 산업의 요소를 모두 갖췄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스타크래프트가 촉발시킨 ‘e스포츠’의 시장규모를 2004년 267억 원에서 올해 1207억 원으로 6년 만에 4.5배 성장할 것으로 추정했다. 특히 2008년 국제e스포츠연맹이 서울에서 창설됐고, 지난해에는 태백시에서 첫 세계대회가 개최됐다.

이번 사건의 파장을 줄이고, ‘e스포츠’를 전략적 신산업으로 계속 육성하기위해서는 원인에 대한 진단과 대책이 나와야 한다. ‘e스포츠’계에서는 이번 사건의 원인으로 프로게이머들이 사회생활 경험이나 인성을 쌓을 기회가 부족한 10대 때 돈으로 평가하는 프로의 세계에 뛰어든 것을 지적하고 있다.

구단들이 어린 선수들을 냉혹한 게임의 세계로만 몰지 말고, 윤리교육과 인성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현재 국회에는 ‘e스포츠 산업 진흥법’이 제출돼 있다. 내용은 전용 경기장 설치, 국제대회 유치, 민간 부문의 투자와 정부 예산의 확대 등 ‘e스포츠’ 육성을 위한 전 방위적인 지원책이 담겼다. 구단을 포함한 ‘e스포츠’계가 이번 사건을 일과성 사건으로 보지 말고, 재발방지를 위한 적극적인 대책을 수립할 때 법안 통과에 대한 국민적 지지도 모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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