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말라야 동쪽 기슭에 ‘부탄’이라는 작은 나라가 있다. 그 나라의 수도인 팀푸에는 신호등이 없다. 신호등도 없는 가난한 나라지만 국민들의 행복지수는 세계최고다. 전 국민에게 의료서비스와 교육이 무상으로 제공되고, 담배는 판매 자체가 금지돼 있다. 1999년 세계에서 마지막으로 텔레비전이 도입된 나라가 부탄이다.
지금 이 나라의 국왕은 지그메 케사르 남겔 왕축으로 서른 살의 옥스퍼드 출신 총각이다. 그의 아버지인 지그메 싱게 왕축은 2006년 말 왕위에서 물러났다. 부탄을 민주주의의 나라로 만들기 위해 절대왕정을 스스로 포기한 것이다. 싱게 왕축의 부왕인 도르지 왕축은 ‘은둔의 왕국’이었던 부탄의 문호를 개방하고, 1973년 국민총생산(GDP)이 아닌 국민총행복지수(GNH,Gross National Happiness)라는 개념을 도입했다.
아직도 1년 입국자수를 제한하는 등 여전히 베일에 싸여있는 부탄은 불교국가로 국민들의 신심은 절대적이다. 8세기 중엽 파드마 삼바바란 성자(聖者)가 호랑이를 타고 와 불교를 전했다는 부탄. 때문에 부탄의 사원엔 언제나 파드마 삼바바가 중심이다. 석가세존보다 우선적으로 추앙을 받는다. 파드마 삼바바는 ‘티베트 사자(死者)의 서(書)’를 지은 것으로 유명하다. 부탄하면 생각나는 것이 영화 ‘나그네와 마술사’다. 시골 공무원인 돈덥의 ‘아메리칸 드림’을 그린 영화로 2002년 부탄 출신 키엔체 노르부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나그네와 마술사’의 촬영이 시작될 무렵, 부탄의 왕은 국민의 4분의 1이상이 사용하는 티베트 방언인 종카(Dzongkha)어를 공식국어로 채택했다. 의무적으로 전통의상을 입어야 하고 국토의 3분의 2를 산림으로 보전해야 하는 나라 부탄. 때묻지 않은 대자연의 파노라마가 살아 숨쉬는 그곳에 가면 불교경전과 소원을 담은 룽다(기둥에 흰색의 천을 매단 것)와 오색의 타르초가 나부끼는 풍경이 슬프도록 아름답게 다가온다. ‘부처님 오신 날’을 맞아 삶의 가치와 부탄을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