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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미스터리 사건해결집

얼간이 무사와 측량 미소년 콤비
에도시대 벌어진 미궁의 살인사건
‘따뜻한 인간의 정’ 메시지 전달

얼간이
미야베 미유키 글|이규원 옮김
북스피어|592쪽|1만4천원.


인간미 넘치고 조금은 바보처럼 살아가는 선한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 에도 시대의 혼조 후카가와. 이곳에서 한 청년이 괴한에게 살해당하는 사건이 일어난다. 이를 계기로 공동체를 관리하는 관리인 규베가 야반도주해 버리고, 사키치라는 젊은 청년이 새로운 관리인으로 들어온다. 사키치는 성실하게 관리인 역할을 수행하려고 노력하지만, 수상한 항아리 신앙이니 노름패니 하는 이상한 사건들이 이어지면서 사람들은 다른 곳으로 떠나기 시작한다.

혼조 후카가와 지역을 담당하는 무사 헤이시로는 일련의 사건들을 조사하다가 이 모든 일을 조장하는 배후가 있다는 증거를 발견하게 된다. 사람들이 음모에 휘말려 피해를 입게 되자, 화가 난 그는 마침내 측량을 좋아하는 미소년 조카 유미노스케와 함께 사건을 파헤치기 시작한다.

‘얼간이’는 사건이 일어나고 주인공이 그 전모를 파헤쳐 가는 구성이 매우 탄탄한 미스터리로, 독특한 구조의 연작 소설이다. 초반에 일어나는 몇 가지 사건은 독립적이고 서로 상관이 없어 보이지만, 이야기가 진행되며 모든 사건 뒤에 하나의 계략이 있었음이 드러난다. 연작이라고는 하나 결국은 한 편의 장편소설인 셈이다.

일반적으로 미스터리에서 사건을 해결하는 주인공은 머리 회전이 빠르고 남들보다 뛰어난 실력을 갖춘 경우가 많다. 그러나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주인공 헤이시로는 자·타칭 ‘얼간이’ 무사다.

적당히 느긋하게 살고 싶어서 딱히 공적을 세울 생각도 하지 않고, 매일 담당 지역을 한번 빙 둘러보고는 가게에 앉아 곤약을 우물대는 게 일과다. 그런 인간적인 모습이 오히려 주변 인물들이 활약할 공간을 만들고, 덕분에 이야기가 풍성해진다.

미야베 미유키의 시대 소설은 소소하고 평범하기에 더더욱 우리네 삶처럼 친근감이 느껴진다. 저자의 사회파 추리 소설이 사람 사이의 연대감이 사라져 삭막해져 버린 현대의 잔혹한 부분을 직시한다면, 시대 소설은 저자가 궁극적으로 찾고자 하는 ‘따뜻한 인간의 정’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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