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지리산 둘레길’을 다녀왔다.
길은 이렇게 시작된다. 대전~통영간 고속도로를 타고 가다 함양에서 88올림픽도로 광주방면으로 갈아탄다. 가다보면 이내 지리산 나들목이 보이고 표지판을 따라 나오면 지리산 길목인 인월이다. 이곳에서 길을 묻고 남원시 산내면 매동마을로 가면 된다. 여기 매동마을에서 금계마을을 거쳐 벽송사에 이르는 길이 일명 ‘다랑이논길’로 걷다보면 풍경에 절로 탄성이 나올 만큼 아름답다. 지리산 둘레길은 말 그대로 지리산의 둘레를 도는 길. 2007년부터 사단법인 ‘숲길’이 산림청의 녹색자금을 지원받아 복원하고 있는 지리산 도보길로 총길이는 무려 300km에 달한다. 옛사람들이 걸었던 이 길은 해발 1천100m, 탈속(脫俗)의 경계를 넘나들며 전남과 전북, 경남을 두루 거치면서 정겹게 흐른다. 오랫동안 사람들의 발길이 닿지 않았던 둘레길은 현재 71km 구간이 복원됐다.
둘레길은 앞서 매동마을에서 금계마을로 이어지는 길이 좋다. 이 길은 남원에서 함양으로 이어지는 길로 도중에 중황마을, 상황마을, 등구재, 창원마을을 차례로 지난다. 중황마을로 들어서면 다랑이 논과 만나게 된다. 남해의 가천 다랑이 논이나 함양의 도마마을보다 더 큰 규모를 자랑한다. 다랑이 논을 지나 상황마을에서 언덕길을 오르면 거북이 등을 닮았다는 등구재. 고개는 전라도와 경상도를 가른다. 계속해서 이어지는 길을 따라 숲을 벗어나면 창원마을로 이곳의 다랑이 논도 장관을 이룬다. 창원마을 입구엔 오래된 당산나무가 있어 쉼터를 제공하는데 여기서 잠시 쉬었다 또 하나의 산을 넘으면 금계마을이다. 다시 이어지는 세동마을 코스는 ‘산사람 길’이라고 한다. 그만큼 험하다는 얘기다. 신라말기에 창건한 벽송사는 한국전쟁 당시 빨치산 야전병원으로 이용됐던 곳이기도 하다. 이제 이쯤해서 걷기를 마치고 하산을 한다. 인심이 좋아서 일까. 지리산 팔백리에 깃들면 굶어죽진 않는다는 말이 있다. 둘레길. 걷고 생각하며 자신을 일깨우고 싶다면 한 번쯤 다녀올만한 우리의 옛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