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는 말 그대로 지방선거다. 지방정부를 이끌어가고 견제해야 할 주역들을 지역주민들의 뜻에 의해 가려 뽑는 신성한 지방의 정치행사다. 그러나 중앙정치의 민감한 변화들이 그대로 지방까지 침투하는 우리나라 정치의 속성상 지방은 없고 중앙만 존재하는 지방정치 실종사태가 이번 6.2 지방선거에서도 그대로 재연되고 있다. 천안함발 ‘북풍’과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주기를 맞은 ‘노풍’이 그것이다.
북풍은 한나라당에, 노풍은 민주당에 각각 유리할 것으로 관측되며 두 사안 모두 파급력이 커 여야 모두 대책 마련에 골몰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지방선거에 출마하는 후보자들 또한 촉각을 곤두세우고 그 배의 향방에 몸을 낮춘 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우선 한나라당은 천안함 사태를 고리로 ‘민주당 때리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그간 북한 개입설에 소극적 자세를 보여 온 민주당 등 야권을 ‘북한 비호세력’으로 규정하고 총공세에 나섰다.
이같은 한나라당의 전략은 한나라당 지지층을 결집하는 동시에 노풍을 차단하겠다는 포석으로 보인다. 실제 한나라당은 선거 초반 지지층 결집 면에서 민주당에 뒤졌으나 천안함 사태로 분위기가 달라졌다고 자평하고 있다.
반면 민주당은 ‘안보 무능론’으로 북풍에 정면 대응하면서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추모 열기 확산에 공을 들이고 있다. 노풍이 정권 심판론에 불을 지필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정세균 대표 등 당 지도부와 소속 의원을 비롯해 친노 인사인 한명숙(서울), 유시민(경기) 등 주요 광역단체장 후보들이 이날 봉하마을로 총집결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특히 한명숙, 유시민 후보는 다른 선거운동 일정을 제쳐놓고 이날 하루를 고스란히 노 전 대통령 추모에 할애했다. 이들은 김해 추도식 후 나란히 저녁 서울광장에서 열리는 추모문화제에도 참석했다.
북풍과 노풍을 놓고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서로 유리한 쪽으로 선거정국에 활용하려는 것은 지방의 참 일꾼을 선택해야 하는 유권자들의 선택의 폭을 좁히는 우려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다행스러운 것은 천안함 침몰의 원인이 북한의 어뢰공격이라는 정부의 발표에도 선거에는 커다란 영향을 끼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동아일보 22일자에 따르면 동아일보가 코리아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20~21일 이틀간 전화여론조사 한 결과, ‘이번 선거에서 지지후보를 결정하는데 천안함 조사결과 발표를 고려하겠느냐’는 질문에 ‘지지후보 결정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응답이 71.0%에 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