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세계대전이 막바지 고비에 이른 1943년 3월, 연합군 최고사령부는 괴상한 문서 하나를 각 예하 부대에 전달했다. ‘심리전 헌장’이란 부제가 붙은 작전 각서 제8호. 그 각서 속에는 독일군의 강점과 약점을 평가한 심리전의 기본 자료가 들어 있었다. 가령 독일군의 강점은 맹목적인 복종과 전우애, 군인에 대한 직업적 자부심. 반대로 약점은 총통에 대한 의심, 장비에 대한 의심, 뉴스에 대한 의심을 들고 있다.
심리전에는 무엇보다 적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요구된다. 이 각서는 이미 전쟁에 회의를 품고 있는 독일군의 사기 저하를 간파한 것이다. 그래서 연합군은 노르망디 상륙 작전 때 심리전을 이용, 80만 명의 독일군을 포로로 할 수 있었다. 그 한 사례로 당시 연합군은 독일군에 ‘포로가 되는 것은 오락이 아니다’라는 전단을 살포했다. 이것은 ‘포로보다 자유가 좋다. 그러나 죽음보다 포로가 좋다’는 의미를 함축하는 내용이다.
심리전(心理戰)이란 화력을 동원한 실질적인 군사력을 사용하는 전쟁과 더불어 적군이나 상대국 국민에게 심리적인 자극과 압력을 줘 자기 나라의 정치·외교·군사 면에 유리하도록 이끄는 선전 전쟁을 말한다. 최근 천암함 사건으로 정부는 휴전선에선 대북방송을 재개할 뜻을 밝혔고 백령도에서 다시 삐라를 살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남북한이 천안함 침몰사건을 계기로 심리전을 벌이고 있으나 한반도에서 대규모 전쟁이 일어날 가능성은 없다는 분석이 중국에서 나왔다. 장롄구이 중국 공산당 중앙당교 교수는 25일자 환구시보(環球時報)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은 한국이 휴전선 일대에 고성능 확성기를 설치하고 대북심리방송을 시작하면 발포할 가능성이 있지만 북한이 포탄 5발을 발사하고 한국이 8발을 응사하는 정도의 국지적 충돌에 머물 것이라고 말했다.
군은 대북 심리전 1단계로 FM방송을 진행하기 시작하면서 확성기 등을 통한 심리전이 본격 착수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정부는 북한을 ‘주적(主敵)’으로 인식하는 군 작전 개념을 부활키로 한 것으로 확인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