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찾은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은 천안함 사태에 대한 대북 대응 및 제재와 관련해 “한국 정부가 취하는 조치들을 전적으로 지지한다”고 밝혔다. 클린턴 국무장관은 26일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과 회담을 가진 뒤 공동기자회견을 통해 천안함 피격은 “용납할 수 없는 북한의 도발행위이며 국제사회는 이에 대응해야 하는 책임과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천안함 사태에 대한 미국 정부의 입장은 클린턴 장관이 청와대로 이명박 대통령을 예방한 자리에서 보다 구체적으로 드러났다. 클린턴 장관은 직설적인 화법으로 “이 대통령과 한국 정부에 명확한(clear and unmistakable) 지지를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고 방한목적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미국 정부는 한국 정부를 계속 완벽하게 지지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혈맹’으로 상징되는 양국의 군사적 동맹관계를 확실히 다짐함으로써 북한의 ‘오판’ 가능성을 차단하고 북한지도부에 강력한 경고의 메시지를 전하겠다는 고려가 담겨 있는 것이다.
특히 주목되는 대목은 클린턴 장관이 북한의 6자회담 복귀 문제와 관련해 이 대통령이 “시간적 여유를 갖고 상황에 대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 데 대해 공감을 표시하면서 “전략적 인내(strategic patience)가 필요하다”고 언급한 점이다. 또한 이 대통령과 클린턴 장관은 한반도 정세 변화를 염두에 두면서 장기적 관점에서 균형 있고 신중한 대응을 하자는 데 의견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클린턴 장관이 천안함과 한반도 비핵화 문제를 투트랙(two-track)으로 동시에 추구해야 한다면서 “좀더 장기적으로 북한의 방향을 전환하는 대응책도 필요하다”고 지적한 점에 유념할 필요가 있다. 한미 양국은 6월 정상회담에 이어 7월 외교·국방장관 합동회의를 통해 이러한 구상을 세부적으로 가다듬을 것으로 보여 한미동맹과 대북정책은 새로운 전기를 맞이할 것으로 예상된다.
클린턴 장관의 방한은 유엔안보리 회부로 집약되는 천안함 사태의 외교전쟁이 서울을 무대로 사실상 ‘선포’됐음을 상징하는 것이어서 그 어느 때보다 우리 외교 역량의 총체적인 결집과 주도적인 노력, 그리고 전략적인 사고가 요구된다. 천안함 사태는 직접 당사자인 남북한은 물론 미.일.중.러 등 주변 4강의 이해가 복잡하게 얽히는 다자이슈로 변모하고 있는 양상이다. 불행했던 과거 역사의 교훈을 되새기면서 우리의 운명과 미래를 스스로 개척하고 헤쳐 나가는 지혜와 슬기를 발휘해야 할 중차대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