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시 궁평항에서 바라다보면 복숭아 모양의 작은 섬이 눈에 띈다. 도리도(桃李島)다. 행정구역상으로는 우정읍에 속하는 섬이다. 이 섬은 1990년대 말까지만 해도 안산시 풍도(楓島)사람들이 바지락과 굴을 캐러 여름과 겨울을 나던 곳이었다. 그래서일까. 풍도에는 야생화가 지천이다. 주인이 없는 동안 변산바람꽃을 비롯해 꿩의바람꽃, 노루귀, 복수초, 산자고, 중의무릇, 풍도대극 등등 지천으로 피워낸 풍도는 그야말로 야생화의 보고(寶庫)다.
안산시 단원구에 속하는 풍도는 최근 몇 년 사이 야생화의 천국으로 알려지면서 사람들의 발길이 잦아졌다. 그러나 이 섬이 청일전쟁의 시발점이 된 풍도해전의 현장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풍도해전은 청일전쟁의 시작이자 동북아의 패권이 일본으로 넘어가게 되는 계기가 된다. 이후 일본은 러일전쟁 때도 풍도를 발판 삼아 중국 뤼순항에 정박해 있는 러시아 함대를 궤멸시킨다. 이 때문에 일본 역사교과서에서는 청일전쟁의 기선을 잡은 풍도해전을 지도와 함께 비중 있게 다루고 있다.
이처럼 풍도가 근대사의 중심에 있는 이유는 그 지리적 중요성 때문이었다. 삼국시대 나당 연합군이 백제를 치러 오던 항로도 풍도를 지났으며, 고종실록에는 신미양요와 병인양요 직전 풍도 해상에 이양선이 출몰했다는 기록이 있다. 사연 많은 ‘꽃섬’ 풍도가 멸종위기 야생동식물 2급인 ‘참달팽이’의 서식지로 1일 확인됐다. 시화호 지킴이로 알려진 최종인 씨가 지난 몇 년간 풍도를 관찰한 노력의 결과다.
‘세계환경의 날’은 1972년 6월 5일부터 16일까지 스웨덴의 수도 스톡홀름에서 ‘하나뿐인 지구’라는 구호 아래 한국을 비롯한 113개국이 참가해 ‘인간환경선언’을 채택한 것을 기념해 만들어졌다. 우리나라는 1996년 세계환경의 날을 법정기념일인 ‘환경의 날’로 지정했다.
지구상에 있는 1천500만 생물종 가운데 1만7천291 종의 생물들이 멸종위기에 처해 있다고 한다. 환경의 날을 앞두고 풍도가 참달팽이의 서식지로 확인됐다니 어쩐지 반가운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