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는 그저 한때의 유행일 것이라고 여겼던 막걸리의 열풍이 좀처럼 식지 않고 있다. 이는 중장년층의 술이었던 막걸리가 젊은 층이나 여성들에게까지 인기를 끄는 것이 요인이다. 여성과 젊은이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는 이유는 적당히 마시면 몸에 해롭지 않을 뿐 아니라 오히려 장이나 변비 등에 좋은 효과를 나타내기 때문이다. 또 조금만 마셔도 배가 부르고 거창한 안주가 필요하지 않아 술값도 많이 필요하지 않다. 땀 흘리며 일하는 농부들의 갈증을 덜어주어 농주로도 애용되고 있으니 막걸리의 덕목은 여러가지다.
최근 막걸리의 열풍이 불기 시작한 시발지는 일본이다. 막걸리가 일본으로 수출되면서 일본인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기 시작하자 이에 놀란 한국 언론과 국민들이 막걸리를 재인식하게 됐다. 또 뒤늦게 정부 차원에서 막걸리의 세계화 가능성에 대해 대책을 모색하고 있다. 현재 막걸리는 각 지방의 관인(官認) 양조장에서 생산되고 있는데, 일본의 국민주인 사케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일본에는 동네마다 사케 양조장이 있고 2천 군데가 넘는다고 한다. 각 도가마다 고유의 제조방법이 다르고 술 맛이나 색깔, 병 모양도 각양각색이다.
그래서 전세계의 애주가들은 유럽이나 남미의 와인처럼 각각 다른 브랜드, 차별화된 사케의 맛을 보며 즐거워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막걸리는 허연 플라스틱에 똑 같은 모습들이다. 뿐만 아니라 요즘 막걸리의 인기가 치솟자 대기업들이 막걸리 제조에 뛰어들었다. 국순당이나 서울장수 막걸리의 경우 국내 막걸리 시장의 70%를 장악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오래도록 명맥을 유지해 온 전국의 영세 막걸리 도가들의 몰락과 막걸리 맛의 획일화를 뜻한다. 참으로 안타깝다.
이에 경기도농업기술원(도농기원)이 농식품부 주관 지역특화 전략작물 클러스터 사업 막걸리 부문에 신청할 계획이라고 한다.
도농기원은 이미 도를 대표하는 막걸리 탄생을 위해 대학과 도내 19개 전통주 제조업체와 함께 산·학·관·연 네트워크를 맺었다. 막걸리의 품질관리 기준을 제시하고 연구 개발기술을 제공한다. 도내에서 생산된 고구마와 보리, 선인장 등을 원료로 자색고구마 막걸리, 산양산삼주와 산양산삼막걸리, 선인장 천년초 막걸리, 보리막걸리 등이 이미 판매중이거나 시판 예정이다. 도농기원은 기존 시장 지배력을 가진 막걸리 대기업체들과 한 판 승부를 벌이겠다는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모쪼록 도 농기원의 계획이 성공, 도내 술도가들을 살려 특색 있는 막걸리맛을 전 세계인들에게 보여주게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