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신환(53)은 한때 잘나가던 축구선수였다. 충청도 장항촌놈이 축구명문 한양공고로 스카우트돼 주전을 꿰찰 때까지만 해도 그의 축구인생은 탄탄대로일 거라고 생각했다. 그랬던 인생이 꼬이기 시작했다. 대학 진학에 실패하더니 실업팀 생활도 태극마크 한 번 달고 끝났다.
은퇴 후엔 손대는 사업마다 망했다. 친구따라 인도네시아로 갔지만 거기서도 쪽박을 찼다. 견디다 못한 아내는 그의 곁을 떠나갔다. 인생막장에서 마지막 재기를 꿈꾸며 김신환이 택한 곳은 이름도 생소한 동티모르였다.
동티모르는 2002년 인도네시아로부터 독립한 나라다. 그 곳에서 스포츠용품점을 열지만 그마저 6개월이 못가 문을 닫는다. 그러나 그는 동티모르에서 새로운 희망과 만난다. 맨발로 공을 차면서도 더없이 행복해 하는 아이들을 본 김신환은 아이들과 함께 축구를 다시 시작한다.
2003년 4월 변변한 축구화 하나 없는 40명의 아이들을 데리고 팀을 창단한 김신환은 다음해 3월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린 리베리노컵 국제유소년축구대회에 출전해 덜컥 우승을 차지하며 동티모르를 열광의 도가니에 빠뜨린다. 김신환은 허정무 감독과도 남다른 인연이 있다. 고교졸업 후 대학도 실업팀도 못가고 2년을 빌빌거리고 있을 때 그를 불러준 곳이 해군이었다. 당시 해군팀에는 . 허정무 김성남 김강남 정용환 한문배 등 국가대표가 즐비했다. 여기서 김신환은 허정무와 한 방을 쓰며 한솥밥을 먹는다. 그랬던 두 사람이 세월이 흘러 한 사람은 월드컵국가대표팀 감독으로, 다른 한 사람은 축구 불모의 나라 동티모르에서 유소년팀을 이끌며 살고 있다. 인생유전(人生流轉)이란 이를 두고 하는 말은 아닐까.
동티모르 유소년 축구선수 중에서 무낀다와 라모스, 옥타비오를 최고의 선수로 꼽는 김신환은 이들을 K리그에 진출시키는게 꿈이다. “아이들이 계속 축구를 하고 돈도 벌고 결혼도 해서 가정을 이룬다면 그땐 편안한 마음으로 떠날 수 있을 것 같다”는 김신환의 동티모르 이야기는 영화 ‘맨발의 꿈’으로 만들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