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에 출전한 우리 축구국가대표팀이 16강을 향한 첫 번째 고비였던 그리스전에서 경기종료 휘슬이 울릴 때까지 모두가 하나로 똘똘 뭉쳐 갚진 승리를 이뤄냈다.
서울 등 전국 각지에서는 수많은 붉은악마들이 장대비가 내리는 와중에도 우리 국가대표팀의 선전을 기원하며 빨간색 티셔츠와 우비를 챙겨 입고 나와 길거리 응원전을 펼쳤다.
우리 팀의 골이 터질 때마다 일면식도 없는 사람들이 서로가 서로를 부둥켜안고 기뻐하는 모습은 과히 감동적이다. 우리는 월드컵을 통해 스포츠 자체에서 뿜어져 나오는 에너지를 사회통합의 원천으로 삼아 화합과 번영을 이뤄내고 길거리 응원장소는 단순히 축구를 즐기고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차원을 넘어 이제는 우리 국민의 소통의 장으로 연결되기를 바란다.
얼마전 6.2지방선거에서 드러난 표심은 가히 혁명적이었다. 반목과 갈등에 대한 민심의 응징이었다.
지금도 세종시와 4대강 사업, 천안함 사태 등에서 반목과 갈등을 겪고 있다. 그동안 반목과 갈등이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 뼈아픈 경험을 수없이 하고 그때마다 큰 대가를 치렀지만 달라진 건 아무 것도 없었다. 전 세계를 놀라게 한 단결력을 보여줬던 우리들에게 사회통합과 소통이 가장 큰 숙제라는 점은 참으로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또한 근로빈곤층 보호 및 세대 일자리 공존 대책, 지역주의 극복을 위한 선거구제 개편 등은 사회통합의 주요 걸림돌이다.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지역과 이념, 계층, 세대 간의 갈등을 줄이기 위한 대안을 제시하고 고민해야 한다. 사회통합은 국민의 역량을 결집시켜 국가 경쟁력 강화를 이뤄내는 밑거름이 된다. 국가 경쟁력 강화는 경제발전으로 이어지고 경제가 발전하면 우리들의 삶은 풍요롭고 윤택해지기 마련이다. 토건재정이든 복지재정이든 지역주민들과 지역시민사회를 파트너로서 참여시키는 실험에는 보수, 진보, 중도 등 모든 진영은 최대한의 연대와 공조를 행해야 한다. 우리는 월드컵 때마다 보여준 단결된 모습과 저력을 국가와 민족을 위해 결집시켜야 한다. 사회통합과 민주화를 이뤄낸 넬슨 만델라 전 남아공 대통령처럼 우리 지도자도 이번 월드컵이 단순한 축구 축제가 아닌 대통합의 계기가 될 수 있도록 힘을 모아야 한다.
우리의 월드컵 첫 승리가 2조5천억의 경제적 효과를 가져 왔다고 한다. 사회적, 심리적 기쁨과 통합은 그 이상의 천문학적인 경제적 효과를 가져다 주었을 것이다. 우리 모두가 그저 한마음 한뜻으로 기쁠 뿐이다. 사회통합이란 자연의 순리처럼 사회경제적 안정성·사회적 융합성·사회적 포용성·사회적 역동성이 녹아들게 만들어 준다.
월드컵이 끝나더라도 용광로처럼 들끓었던 열기가 이어갈 수 있는 동기가 있어야 한다. 그래서 우리 팀의 승패를 떠나 모두가 얼싸안은 채 기뻐하고 슬퍼했던 모습으로 반목과 갈등을 녹여야 한다.
정치성·상업성·폭력성 등과 같은 일부 부정적 평가에도 불구하고 월드컵은 여전히 전 세계인이 가장 폭넓게 공유할 수 있는 스포츠 문화이며, 전 인류의 자산임에 분명하다. 인류에게 짜릿한 쾌감과 기쁨을 제공하여 카타르시스를 경험케 하기도 하고, 아쉬움과 슬픔을 경험케 해 감정의 정화제 역할을 수행하기도 한다. 국가나 민족 간에 강인한 유대감과 결속력을 제공하기도 하고, 다른 국가나 민족의 문화에 대한 이해와 관용심도 배우게 한다.
이러한 가치와 역할로 인해 월드컵은 전 인류를 하나로 모으는 지구촌 최대의 스포츠 축제로 자리매김해 왔다. 단순히 경기의 승패에만 집착하는 것은 월드컵 4강 위업을 달성한 국가의 국민 의식에 걸맞지 않다. 단순한 승리에 도취되거나 혹 패배에 좌절하는 것은 일상적인 삶의 일탈에서 기인하는 싸구려 감정의 소비 경험에 불과하다. 우리 국민은 보다 성숙한 자세로 스포츠 문화에 대한 이해와 소통과 화합이란 열린 사고로 경기를 관전해야 할 것이다.
그래서 이번 월드컵은 스포츠 경기 자체에서 뿜어지는 에너지를 통해 고된 삶을 충전하고, 자신감을 회복하며, 함께 즐기는 기회를 통해 갈등과 반복을 어우러는 사회통합의 장이 돼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