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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룡문] 단오와 제호탕

이해덕 논설위원

삼국유사 제3권 탑상(塔像)편을 보면 파랑새로 변신한 관음보살(觀音菩薩)이 원효(元曉)스님더러 ‘제호화상’이라 부르는 구절이 나온다. ‘제호’란 아주 훌륭한 스님을 일컫지만 여기서는 관음을 알아보지 못한 원효를 비꼬는 뜻으로 삼국유사 원문에는 ‘호’자가 빠져있다.

우유를 정제하면 유, 난, 생수, 숙수, 제호 등 다섯가지 등급의 제품이 나오는데 이중 최상등급을 제호라고 한다. 제호는 ‘제호상미’의 준말로 불교에서는 비교할 수 없이 좋은 맛, 즉 가장 숭고한 부처의 경지를 의미하며 범어(梵語)로는 ‘만다(manda)’라고 한다. 우주를 상징하는 ‘만다라(mandala, 曼茶羅)’의 어원이기도하다.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에 단오 날에 궁중 내의원에서 제호탕을 만들어 진상하면 임금이 이것을 기로소(耆老所,조선시대 70세가 넘은 정이품 이상의 문관들을 예우하기 위해 만든 기구)에 하사했다는 기록이 있다. 제호탕은 오매육(烏梅肉), 초과(草果), 사인(砂仁), 백단향(白檀香) 등의 약재를 곱게 갈아 꿀과 함께 중탕해 두었다가 찬물에 타먹는 청량음료다. 제호탕이 여름에 갈증을 없애고 더위를 물리치는 음료였지만, 그 구성을 보면 단순한 청량음료가 아니다. 주원료가 되는 오매는 진액이 풍부하고 산미(酸味)가 있어 더위에 진액이 마르고 기운이 지친 것을 도와주는 효과가 있다. 또한 이들 약재 모두가 속을 따뜻하게 하고 정신을 맑게 한다. 이런 제호탕과 관련한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다. 한음(漢陰) 이덕형(李德馨)이 무더운 여름날 제호탕이라도 마셨으면 하고 소실 집을 찾았다. 그런데 한음의 마음을 읽기라도 한 듯 선뜻 제호탕을 내어오는 것이 아닌가. 잠시 생각에 빠진 한음은 그대로 소실 집을 나와 다시는 찾지 않았다고 한다. 친구인 오성(鰲城)이 그 까닭을 묻자 한음이 말하기를 “명색이 일국의 재상인데 자칫 계집에 연연해 큰일을 그르칠까 두려워서였다”고 들려준다.

한음은 그랬다 쳐도,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제호탕을 만들어 주면 과연 이를 마다할 사람이 있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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