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5F 전투기 동해상 추락= 지난 18일 오전 10시30분쯤 강원도 강릉의 제18전투비행단 소속 F-5F(제공호) 전투기 1대가 기지로 복귀 중 동해상에 추락했다.
공군에 따르면 F-5F 전투기는 이날 오전 9시43분쯤 강릉기지를 이륙해 태백 필승사격장에서 공대지사격 임무를 수행한 뒤 기지로 귀환하다 기지에서 1.8㎞가량 떨어진 동해상에 추락했다.
이 사고로 전방석 조종사 정성웅(28) 중위와 후방석 조종사 박정우(42) 중령이 실종됐다가 정 중위는 오전 11시43분, 박 중령은 낮 12시24분에 해군과 해경의 해상 구조작업 중 시신으로 발견됐다.
발견 당시 정 중위는 낙하산 줄에 얽힌 채 물에 떠 있었고, 박 중령은 헬멧을 쓴 채 낙하산을 매고 있었다고 해경 등은 밝혔다.
낙하산이 일부 펼쳐져 있었던 점으로 미뤄 추락 중 탈출을 시도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따라 사고원인이 조종사의 ‘비행착각’(vertigo)이 아니라 기체 결함일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잇따른 전투기 추락 사고, 허점= 최근 들어 공군 전투기 추락 사고가 빈번히 발생함에 따라 공군의 전투준비태세에 허점이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지난 2004년 이후 공군 전투기 추락사고 건수는 10건에 달하며 14대의 전투기가 추락했다. 특히 이번 전투기 추락 사고는 불과 3개월여 만에 발생했다.
천안함 사태 이후 군이 전투준비태세 완비를 강조하는 상황에서 이번 사고의 원인이 정비불량 등 인재로 밝혀지면 공군은 비난을 면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공군은 이날 전투기 추락 사고와 관련, 보유 중인 전투기의 비행을 일시 중단하기로 했다.
게다가 F-5 전투기는 2대가 공중에서 충돌하거나 동시에 추락한 경우도 있었다.
지난 2004년 3월11일에 공군 제10전투비행단 소속 F-5E 전투기 2대가 서해상에서 충돌해 조종사 2명이 사망했으며 2008년 11월4일에도 F-5E 전투기 2대가 경기도 포천시 상공에서 충돌했다가 1대는 추락하고 나머지 1대는 귀환했다.
2005년 7월13일에는 제10비행단 및 제17비행단 소속 F-5F와 F-4E가 서해와 남해에서 잇따라 추락해 조종사 4명이 목숨을 잃었다. 올해 3월2일에는 강원 평창군 황병산 인근에서 임무수행 중이던 F-5E와 F-5F 전투기 2대가 비행착각으로 인해 추락했다.
◇추락 전투기 하루만에 인양= 강릉 앞바다에서 추락한 제18전투비행단 소속 F-5F(제공호) 전투기가 하루 만에 인양됐다.
군 당국에 따르면 해군은 19일 오후 4시30분 강릉항에서 200m 떨어진 해상의 수심 10m 지점에서 사고 전투기의 기체를 인양했다.
공군 관계자는 “육지와 가까운 바다에서 기체가 발견돼 인양 작업이 오래 걸리지 않았다”며 “기체 상태가 온전한 것으로 볼 때 폭발에 따른 추락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밝혔다.
해군과 해경은 사고해역 수색 중 추락 전투기의 음성기록 장치도 수거했다.
한편 박정우 중령과 정성웅 중위 등 순직 조종사 장례는 3일장으로 치러지며 영결식은 부대장(部隊葬)으로 20일 10시 강릉기지 강당(일출관)에서 공군참모총장을 비롯해 장병 5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국회 노후 전투기 교체키로= 한나라당 고흥길 정책위의장은 21일 동해상 F-5F(제공호) 전투기 추락 사고와 관련, “노후 전투기 교체가 쉬운 일은 아니지만 내년도 예산심의 때 기종교체를 비롯해 다각적 노력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 정책위의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회의에서 “한나라당은 군의 안전과 안보 강화를 위해 내년 예산편성 시에 국방예산을 집중 검토하겠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특히 그는 “지난 2000년 이래 (F-5F 전투기 추락이) 24건 발생했으며 이는 1년에 2번꼴로 사고가 터진 셈”이라며 “사고 발생 시마다 F-5F 전투기에 대한 교체·개량작업의 필요성이 제기됐으나 예산상 이유로 매번 시행되지 못했다”고 말한 뒤 “군 조종사들의 안전과 안보 부담을 고려하면 군 당국이 적극적인 사고 예방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공군 F-5전투기는= 동해상에서 추락한 공군 F-5 전투기는 2000년 이후 8건의 사고에 11대나 추락한 ‘사고 단골기종’이다.
이번에 공군 강릉기지에서 1.8㎞가량 떨어진 해상에서 추락한 F-5F(제공호) 전투기의 사고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고 있지만 순직한 전방석 조종사의 낙하산이 일부 펼처져 있었던 점에 미뤄 조종사의 ‘비행착각’(vertigo)이 아닌 기체 결함의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F-5 전투기는 모두 20~30년 이상된 노후 기종으로, F-5E는 1975년 미국에서 도입됐고 이번에 사고가 난 F-5F는 1983년 국내에서 조립, 생산됐다.
통상 전투기의 정년을 30년으로 보기 때문에 이미 정년을 넘었거나 정년에 가까운 기종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