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Advertising)와 선전(Propaganda)은 같은 과(科)에 속해있지만 엄연히 다르다.
광고는 쌍방형 대화이지만 선전은 일방적이다. 광고란 선택 받는 입장이라 분위기가 대체로 겸손하지만 선전은 고압적(高壓的)인 냄새가 난다.
“알리려는 것”과 “가르치려는 것”의 차이라고 할까?
특히나 모두 알고 있는 사실을, 저 혼자 알고 있는 것처럼 되풀이 하는 것은 잘 난체, 유세(有勢)를 하는 것 같아 보기에도, 듣기에도 흉하다.
어쨌든 일방적으로 되풀이되는 것은 지겹다. 혹시 상대방을 무시하는 것은 아닌지?
소통이란 말이 올해 들어 정계(政界) 화두(話頭)이다. 그러나 자칫 잘못하면 선전이 된다. 사회주의 혹은 공산주의 국가에서는 언론매체(言論媒體)는 소위 인민(人民)들과 소통하는 강력한 정치도구이고 수단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중국의 TV방송사는 모두 국영(國營)이었다.
일례를 들어보자. 올림픽을 앞두고 중국을 방문했는데 TV나 라디오 그리고 각종 신문을 통해 소위 “선진 국민으로 가는 길”이란 계도 방송을 되풀이했는데, 참고로 TV방송국이 360개가 넘고 채널은 무려 2100개가 넘었다.
듣기 좋은 콧노래도 한 두 번인데, 이 채널을 저 채널을 틀어도 비슷한 내용이다.
길거리에 침 뱉지마라! 위에 옷 걸치고 다녀라! (수도인 북경에서도 몇 십분 외곽(外郭)으로 나가면 상체(上體)에 옷 하나 안 걸친 장정(壯丁)들을 쉽게 볼 수 있다. 보기 흉하다.) 교통 신호 잘 지켜라! 새치기 하지 마라! 하여간 잔소리로 들릴 만큼 반복했다.
아직 중국 인민들이 선진국민이 되자면 멀었구나 ― 하는 생각과 함께, 소위 식자층(識者層)은 어떻게 생각할까?
중국 교수의 말인 즉, “침 뱉었을 때 부과 되는 벌금이 얼마, 교통신호 위반했을 때 벌금이 얼마 - 하는 식으로 위법을 했을 때 부과되는 벌금이 방송 내용에 포함되어있어 인민들에게 경각심을 주는 일종의 강력한 엄포라고 할 수 있다. 우리도 지겹다. 그리고 부끄럽다.”
하지만 효과를 거두어서 인민들의 사고가 엄청나게 변했다고 자랑했다. 할 말을 잃었다.
그런데 얼마 전 KTX를 타고 가던 중 이와 비슷한 감정을 느꼈다. KTX는 우리나라에선 고급 교통수단인데…….
“어린 아이가 객차에서 돌아다니지 못하도록 보살펴주시고……. 휴대폰은 진동으로 해 주시고…….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지정된 객차 내의 통로를 이요해 주시고……. 모든 객차는 금연구역이오니……. 큰 소리로 떠들어서 옆 자리의 손님에게 방해가 되지 않도록 해 주시고......”
무엇 무엇해 주시고 시리즈, 참으로 듣기 딱한 지경이다. 대한민국 수준을 알고나 하는지?
국가 경쟁력이 1년 새 4단계 뛰어 넘은 나라 - 법 잘 지키고, 질서 잘 지키고, 공중도덕이 으뜸이라고 하는 일본이 27위인데 대한민국은 23위이고 보면 자부심, 긍지 이런 것을 느낄 만도 한데 어떻게 수학 여행가는 초등학생들에게 하듯이, 매사 가르치려고만 드는가? 올림픽 앞둔 중국 방송과 뭐가 다른지!
고속도로 휴게소 화장실을 보라.
“남자가 흘릴 것은 눈물만이 아닙니다.” “한 발자국만 더 가까이”
화장실 입구에 금연표식 하나면 충분할 텐데 동. 서. 남. 북. 좌. 우 온통 금연 스티커로 도배를 했다.
“내일은 투표일입니다. 신성한 한 표를 행사해……. 일등 국가로 가는 길에 참여하시길……. 감사합니다. 이상은 아파트 관리실에서 말씀드렸습니다.”
아파트 관리실에서도 가르치려고 든다.
“소통”이란 말을 사전에서 찾아보니, “막히지 아니하고 잘 통함. 그리고 뜻이 서로 통하여 오해가 없음.” 이렇게 뜻풀이를 했다.
소통의 기술(?) 가운데 으뜸이 상대방의 자존심을 살려주는 일이다. 소통은 일방통행이 아니라 주고받는 대화이다.
요즘 자동차의 필수품인 내비게이션에 안내 목소리는 얄미울 만큼 예쁘지만, 안전 운행 어떻고 저떻고 되풀이하면 건성으로 듣다 시간이 지나면 가르치려는 잔소리처럼 느껴져서 불쾌할 때도 있다.
날씨가 짜증을 불러 오는 계절이 슬슬 다가온다. 제발, 불쾌한 가르침은 사절이다.